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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풍납토성 유적 보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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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풍납토성 유적 보존하나

입력
2000.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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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초기 역사의 비밀이 숨어 있는 풍납토성을 보존해야 한다는 학계의 주장은 매우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사적 11호) 안쪽 2,000여평의 아파트 건축현장은 지난 97년부터 고고학자들이 발굴을 시작하면서 감춰진 고대사의 신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문화재위원회가 최근 『이 일대 매장문화재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발굴허가를 보류한다』고 판정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조치다. 학계는 「근본적인 대책」으로서 이 일대를 고도(古都)로 선포하고 영구보존하는 안까지 주장하고 있다.지금까지 이 일대에서 발굴된 유물과 유적은 궁성터(선문대팀)와 금동초두(서울대팀), 거대 성채와 주거지(한양대와 국립문화재연구소팀), 궁궐터로 추정되는 유구(한신대팀) 등 다양하고 학술적 가치가 높은 것들이다. 학자들은 이곳을 폼페이나 트로이에 비견할 정도로 중요한 고대도시의 흔적이라고 보고 있다. BC 5년 온조왕이 고구려를 떠나 한강 남쪽에 새로 지은 도성으로 천도했다는 기록을 놓고 그동안 학자들 간에 의견이 엇갈렸다. 서울 몽촌토성설과 경기 광주설 등이 있었으나 이제 풍납토성 일대가 이 기록을 거의 확실하게 뒷받침할 장소로 추정되고 있는 것이다.

풍납토성은 백제 초기의 비밀뿐 아니라 서울의 역사도 1,400년 정도 거슬러 올라가게 하는 중대한 사실(史實)의 열쇠를 간직하고 있다. 토성 안의 이 지역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아파트가 건축될 예정이었다. 잊혀진 역사의 한 대목을 밝혀줄 유물과 유적이 속속 발굴되고 있는 이때 당국은 건축회사와 시민의 재산권을 보상하고 유적 보존을 위한 최선의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 일대를 공원화해서 매장문화재의 훼손을 막고 고도로 보존하는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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