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다저타운의 스프링캠프에 6년만에 첫 선을 보인 오럴 허샤이저(42)는 투수코치나 다름없었다. 허샤이저는 이틀째인 20일 불펜투구를 하다말고 박찬호의 투구를 뒤에서 유심히 지켜보다 갑자기 박찬호에게 투구 밸런스의 허점을 지적했다.『중심이 앞쪽으로 쏠리지 않고 흔들린다』면서 불펜마운드를 직접 다듬으며 투구동작을 직접 보이기도 했다. 박찬호 옆에는 오스틴투수코치가 있었지만 오스틴도 수긍하는 눈치였다.
허샤이저는 이어 박찬호와 함께 다저스의 선발진을 이루는 대런 드라이포트도 투구동작을 충고하는 등 정작 오스틴보다도 더 많은 충고를 박찬호와 드라이포트에게 던졌다.
이들 젊은 투수도 프로통산 204승(145패)에 메이저리그 17년경력의 관록을 가진 허샤이저의 충고 한 마디가 큰 도움이 되는 인상이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투수코치를 옆에 두고 선수가 선수에게 충고를 하는 것은 거의 불경죄에 해당하는 일로 금기시된다. 박찬호는 이에 대해 『선수간에 의견을 개진하는 일은 메이저리그에서는 통용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저스를 월드시리즈 챔피언으로 이끈 허샤이저는 지난해 12월 다저스와 입단계약을 맺을 당시 젊은 선수들의 맏형 역할에 대한 구단의 기대에 대해 『나는 성자(SAINT)가 아니다. 선수 스스로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으나 스프링캠프가 시작되자 마자 몰락한 다저스와 젊은 선수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정진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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