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미국대사관 일본인 직원 약 280명 가운데 약 260명이 도쿄(東京) 국세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시효가 미치는 7년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이잡듯뒤지는 조사다.98년도까지 7년간 이들의 축소 신고액이 50억엔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추징세액은 가산세를 포함해 10억엔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벌써 100여명이 축소신고 지적을 받고 수정신고를 했다.
이들은 소득세 확정신고 제도의 허점과 대사관의 치외법권을 철저히 이용해 왔다. 외국정부가 고용주인 대사관 직원은 공무원이나 일반 직장인과 달리 소득세 원천징수 대상이 아니다. 의사나 변호사, 자영업자와 마찬가지로 스스로확정신고를 통해 소득세를 낸다.
더욱이 대사관에 관련 증빙서류의 제출을 요구할 수 없는 세무당국으로서는 이들이 적당히 만들어 내는 급여증명서를 그대로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 조사 대상자 대부분은 대사관으로부터 받은 급여의 40~70%만을 신고했고 30~50%에 그친 사람도 많았다. 1,000만엔 가까운 소득을 거의 신고하지 않은 사람까지 있어 1인 평균 축소 신고액은 연간 500만엔에 이르렀다.
이번 조사를 앞두고 도쿄 국세국의 고심은 컸다. 일본인 직원에 대한 것이지만 급여 실태 파악은 미국 대사관에 대한 조사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지난해 3월 캐나다 대사관 일본인 직원의 탈세를 밝혀 분위기를 조성하고 개인 자금을 철저히 추적, 물증을 확보하고서야 비로소 세무조사에 나섰다.
미국 대사관은 『일본인 직원들은 적정한 세금을 내야 할 의무가 있고 확정신고는 개인의 문제로 대사관과는 무관하다』는 논평에 그칠 수 밖에 없었다. 미국 대사관의 상징성으로 보아 각국 대사관은 더 이상 세금 안전지대일 수 없게 됐다.
도쿄 국세국은 17일 인터넷 전자상거래를 감시하는 「사이버 세무소」를 설치, 인터넷 탈세에도 철퇴에 내릴 채비를 갖추었다. 세금에 성역은 없다는 상식의 확인 과정을 보면서 우리 현실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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