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부문 개혁' 심포지엄정부는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무려 113조4,000억여원(채권이자 31조원 포함)의 공적자금을 투입했음에도 불구, 구조조정성과가 목표수준의 3분1에 머무르고 있는 등 극히 부진한 것으로 지적됐다. 금융부문 공적자금 투입액은 국내총생산(GDP·98년기준)의 24%에 해당되는 수준이다.
18일 안민정책포럼(회장 張五鉉·장오현 동국대교수)과 나라발전연구회(회장 辛永茂·신영무 변호사) 공동주최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4대부문 개혁의 평가와 과제에 관한 공동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자들은 『금융·재벌·공공·노사 등 4대 부문의 개혁이 아주 부진하다』며 『효과적인 개혁을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승훈(李承勳)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공개혁과 관련, 『국민 대다수는 공공부문의 개혁이 부진하다고 느낀다』며 『공공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위원회 등 규제기관의 독립성 보장이 필요하고 공공부문에 대한 국민적 감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원(金東源) 매일경제 논설위원은 『정부가 82조의 공적자금과 7년간의 채권이자 31조원 등 무려 113조4,000억여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구조조정은 이제 자본의 건전성을 확보하는데 그쳤을 뿐 시장중심의 운영체제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영기(崔榮起)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갖춘 노동자와 그렇지 못한 노동자간의 소득·교육·지식의 격차가 날로 확대되고 있다』며 『노사갈등을 경제 전체의 입장에서 조정해 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재우기자
josus62@hk.co.kr
■ 이승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개혁실적은 결국 인력감축과 기구통폐합을 통한 조직의 슬림화, 운영시스템 합리화를 위한 몇가지 조치, 그리고 공기업 민영화로 요약된다. 그러나 국민 대다수는 공공부문의 개혁이 부진하다고 느낀다. 정부의 개혁실적이 지엽적인 분야에 한정된 채 공공부문의 핵심문제는 그대로 방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책기능과 규제기능을 분리하고 규제기관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향의 개혁은 의지조차 없었던 것 같다. 정보통신부 산하 통신위원회를 그대로 방치하고있는 것이 좋은 예다. 따로 독립해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위원회 등 규제기관도 독립성이 보장된 상태가 아니다. 수장은 임기를 보장받지 못한다. 대통령이 언제든지 위원장들을 마음대로 교체할 수 있다. 금감위·금감원체제도 일반적 규제기관이 본받을 만한 모범적 체제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현정부는 독립적 규제기관을 설립할 의지를 전혀 갖고있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개혁이 겨냥하는 합리적이고 국제수준에 맞는 규제체제를 갖추려면 규제기관의 독립성을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
이와함께 공무원의 전문성이 그 어느때 보다 더 강하게 요구되는 시대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인력관리 체제는 공무원의 전문성 배양을 도리어 억제하는 쪽으로 작용하고있다. 현 정부의 개혁정책은 이 문제를 본격적 개혁대상으로 삼고있지 않다. 순환보직 인사관행은 분야별 업무별 전문가적 관리를 양성하는데 실패하고 수많은 장관감만을 양산하고있는 중이다. 정부부문 개편의 급선무는 순환보직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다.
또 중요한 것은 공공부문에 대한 국민적 감시가 가능하도록 하는 일이다. 공공부문의 일처리 내용 및 성과가 전체 국민들에게 매기간 투명하게 알려진다면 국민들은 관료의 업무실적을 그때그때 인터넷을 통하여 평가할 수 도 있다. 국민적 감시와 평가가 가능한 환경이 구축되면 공공부문의 활동은 스스로 정상화된다.
■ 노부호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IMF 체제의 원인인 대기업의 경쟁력 약화와 부도사태는 정부주도형 경제운영에서 비롯됐다. 지금은 정보화시대이고 정보화시대는 변화와 경쟁의 시대이다. 변화가 요구하는 것은 자율이고 경쟁이 요구하는 것은 책임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 한국경제에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의 적용이다.
정부의 재벌정책중 빅딜이 성공하려면 해당기업 스스로 필요성를 느끼고 합병후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추진하게 되면 일을 그르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빅딜정책은 기업의 자율적 기업활동과 재산권에 대한 침해로 기업경영의 왜곡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더욱이 정부 간섭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기업 경영형태가 족벌경영, 문어발식 다각화, 언론사 진출과 같은 폐쇄적이고 권력지향적으로 발전해왔다.
정부는 재벌이 내부거래 상호출자 상호지급보증과 같은 계열사간의 연결고리를 끊고 독립경영을 하는 「독립기업의 느슨한 연합체」를 선단식 경영체제의 대안으로 제시하고있는 것 같다. 그러나 어떤 형태를 취하든지 독립경영을 하고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나서 경쟁력이 있으면 된다. 이것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사항이다. 물리적으로 기업을 나눈다고해서 독립경영이 되는 것이 아니고 기업내 독립경영의 문화가 조성되어 있어야 한다.
특히 내부거래는 경쟁제한의 성격을 띠고있거나, 탈세의 목적이 아니라면 정부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 또 경영투명성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정치가 경제에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 정치가 경제에 개입하면 사회가 부패해진다.
경영책임을 위한 주주압력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적대적 M&A도 허용돼야 한다. 최근 정부는 외국인 주식투자한도를 폐지하고 의무공개매수제도를 폐지하는 정책을 발표했는데 이는 M&A활성화를 위해 바람직하다. 경영층에 대한 주주압력의 기초는 주식시장의 활성화이다.
■ 최영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 2년간의 노동개혁은 고용의 유연성 제고를 통해 금융 공공 기업개혁을 원활하게 하는 수준에 머물렀고, 보다 적극적인 경쟁력 강화방안으로서의 노동개혁에는 아직 착수하지 못하고있다. 더구나 경기가 회복되면서 노사관계가 경제위기 이전으로 되돌아 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2년전 노사정 대타협과 노사정간 파트너십은 일시적 경험으로 잊혀져가고 있다. 노사정위원회는 지난 1년간 거의 완벽하게 파행 운영되었으며 노사정간의 불신은 다시 깊어지고 있다. 기업에서도 경영위기를 넘기는 과정에서 노사가 협력하고 타협했지만 대립적 노사관계 패러다임은 온존하고 있다.
노동개혁의 후유증도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비정규직이 급증하고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갖춘 노동자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간의 소득 교육 지식의 격차가 날로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개혁의 2단계에 접어든 이제부터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는 시장에 맡겨두고, 국가는 오히려 노동시장의 안정성 제고와 노사관계의 제도개혁에 좀 더 치중해야한다.
특히 비정규직은 해고가 용이하고 기업의 인건비를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많은 기업들이 핵심역량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무를 아웃소싱하려할 것이다. 그러나 비정규직이 2등시민으로 고착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소득과 교육·훈련, 사회적 보호에 있어서까지 차별적 지위에 있는 근로자 집단이 양적으로 팽창하고 고착되는 것은 사회의 균형적 발전에 반할 뿐 아니라 인적자원 개발 등의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효과가 많다. 따라서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노사관계의 제도개혁은 분배를 둘러싼 노사갈등을 경제전체의 입장에서 조정해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과 기업단위의 작업장 혁신을 통해 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노사정위원회를 정상화시키고 개혁과제에 대한 노사정간의 지속적인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 김동원 매일경제 논설위원
지난 2년간 정부는 82조원의 공적자금과 7년간의 채권이자 31조원을 포함한 총 113조4,000억원을 쏟아부어 금융산업의 건전성을 회복시켰다. 그러나 튼튼하고도 효율적인 금융제도를 만드려는 금융개혁은 갈길이 멀기만 하다.
우리나라 금융구조 조정은 개혁의 범위를 금융부문의 건전성과 효율성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운영 시스템을 정부주도의 개발체제에서 선진시장경제 운영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정부를 대신해 금융시장이 자원배분을 주도하는 시장중심 경제운영 체제를 구축한다는 중요성을 갖고있다.
금융구조 조정은 몇가지 문제를 낳았으나 일단 대외신인도 회복, 외환위기 극복, 금융 중개기능 조기 복원 등의 과정을 통해 경기를 회복하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금융구조 조정은 우선 막대한 국민자원을 소모했다. 부실채권정리기금과 예금보험기금으로 조성된 자금은 65조원이지만 기금외로 조달된 공적자금까지 포함하면 총 82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7년간의 채권이자 31조원을 포함하면 총 공적 자금규모는 113조4,000억원으로 98년 GDP대비 24%에 달한다.
이 막대한 공적자금의 투입에도 불구하고 금융구조 조정은 아직 전체과정의 3분의1도 이뤄지지 못했다. 무엇보다 금융은 여전히 정부개입의 위협하에 있다. 기업구조 조정이 부진해 추가부실의 가능성이 남아있으며 공적자금의 회수와 은행 민영화문제, 은행 경영의 효율성제고와 지배구조개선 등이 큰 과제로 남아있다. 특히 위기이후 간접금융이 위축된 반면, 직접금융은 기업에 대한 금융의 감시기능이 제고되지 않은 채로 「머니게임」의 양상을 보이고잇다.
정부 주도의 금융구조 조정으로는 금융기관의 경영 효율성을 확보하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운영과 지속적인 성장의 활력을 공급하는 역량이 배양되지 않는다. 따라서 향후 최대 과제는 금융산업 운영의 중심역량을 정부로부터 시장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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