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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말과 법과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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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말과 법과 정치

입력
2000.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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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이 다툴때면 흔히 「말로 해」 「법대로 하자」고 떠든다. 그러나 실제로 논리나 법을 좇아 시비를 가리는 경우는 드물고, 으레 우격다짐과 힘겨루기로 치닫는다. 상식과 원칙보다 술수와 힘을 앞세우는 풍토가 여전한 것이다. 정치는 물론 사회전반의 민주화가 더딘 것도 죽은 독재자 탓이 아니라, 산 자들의 이런 위선적 행태가 주된 원인이다.한나라당 정형근의원을 둘러싼 온갖 분란은 말과 법이 오용되는 현실의 상징이 됐다. 말같잖은 말이 난무하고, 법은 또 제멋대로 들이대는 잣대에 우롱당한다. 도대체 말이 가치가 없고, 법도 위엄이 없다. 난장판의 주역은 정치권이지만, 법과 말을 전문으로 다루는 검찰과 언론도 정치와 이기, 편파적 여론에 휘둘린다.

시청률은 높지만 천박한 시트콤과 같은 분란은 이제 그만 끝내야 한다. 말과 법과 정치를 조금이라도 제 자리로 되돌리려면 정치권과 검찰, 언론까지 모두 진지한 반성이 필요하다. 국민이 이런 공적 제도에 더 이상 환멸을 보태지 않도록, 상식과 원칙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체포 소동과 대치 끝에 정의원이 검찰에 나가 조사받은 것을 그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우선 정의원과 거듭된 말썽의 당사자들은 분별없는 말과 무책임한 폭로를 그만두기 바란다. 이젠 혀를 차며 외면하는 국민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정의원의 「좌익광란시대」 발언을 같은 당 의원들조차 비판하기에 이른 상황, 이신범의원의 경솔한 「대통령아들 호화주택」 언급이 「폭로전문」 의원의 신뢰를 결정적으로 추락시킨 상황을 자괴하고, 언행에 조신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회창총재는 과거 이력이 문제되는 정의원을 무작정 비호하는 사이 자신의 「법대로」 이미지도 실종된 것을 심각하게 여겨야 한다. 작은 소득을 즐기다가 훨씬 큰 자산을 잃는 것은 어리석다고 본다.

권력과 여당은 무리하게 정의원을 응징하려 집착하기보다 스스로 책잡히지 않는게 좋겠다. 또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 비판에 대해서도, 논리로 시비를 가리고 국민판단을 구하는 금도(襟度)를 보이기 바란다. 정치로 해결할 일에 검찰을 끌어들여 동네북을 만드는 것은 결국 권력의 권위를 해치는 하책(下策)이다.

검찰은 어설픈 정치감각과 법논리로 정치싸움판에 나서지 않아야 한다. 아무리 「법대로」를 외쳐보았자 귀기울일리 없고, 곧이 들어줄 국민도 없다. 특히 조직이나 개인의 과잉충성은 언제나 검찰과 권력 모두를 상하게 한다는 교훈을 늘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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