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주 중심의 미 나스닥 지수가 17일(현지시간) 금리인상 우려에도 불구하고 4,500선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29일 4,000포인트 벽을 넘은 지 50일 만이다.나스닥 지수는 이날 거래량이 사상 처음으로 2억주를 넘어서며 전날보다 121.27 포인트(2.74%)오른 4,548.92 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반면 다우존스 공업평균 지수는 금리인상에 민감한 금융 및 소매업종을 중심으로 하락하면서 46.84 포인트(0.44%) 빠진 10,514.57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같은 차별화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하원 금융위원회에서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 이에 따른 부담이 적은 컴퓨터 및 바이오테크주 등에 매수세가 몰렸기 때문이다.
쉬어투자자문의 자문역 로이 블룸버그는 『첨단기술 기업들은 주로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금리인상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투자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이날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거래되던 통신장비 제조업체 에어로플렉스가 미 증시사상 처음으로 NYSE 상장을 폐지하고 나스닥으로 옮겨가기로 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에어로플렉스측은 『첨단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에서 같은 업종의 다른 기업 주식들과 함께 거래되는 것이 회사측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주식시장을 바꾸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나스닥의 활황세가 지속될 지 여부도 주목된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는 증거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며 『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실질 금리가 수요 증가를 잠재적 공급능력과 일치시킬 정도로 상승했는 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FOMC가 다음달(21일)과 5월 회의에서 연방기금금리를 0.25%포인트씩 잇따라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린스펀의장은 앞서 제출한 상반기 통화정책보고서(일명 험프리-호킨스 보고서)를 통해 『노동생산성 증가와 고용증가 등 경제성장의 동인(動因)들이 불균형을 초래할 위험을 안고 있다』며 『적절하게 통제되지 않으면 지속적인 성장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에너지 가격의 폭등을 제외할 경우 인플레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으나 이런 호조건은 경제성장률이 지난 3년간의 4% 이상 수준에서 떨어지지 않는 한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그린스펀 의장은 『적은 양의 비축유로 유가를 움직이려는 것은 잘못』이라며 유가 인하를 위한 전략비축유 사용에 반대했다. 그는 『우리는 전략 비축유 규모에 비해 훨씬 큰 규모인 시장 전체를 다루고 있다』며 『비축유의 사용은 앞으로 심각한 충격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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