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천은 권력 실세인 「동교동계」 내부에 미묘한 기류를 만들어 놓았다. 이같은 흐름은 총선후 집권 후반기를 맞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가장 큰 변화는 동교동계 핵심 8인방중 한화갑(韓和甲)지도위원과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등 4명만이 지역구를 지켰다는 점이다. 권노갑(權魯甲)고문과 남궁진(南宮鎭)청와대정무수석은 국회로부터 멀어졌고 최재승(崔在昇)기조실장 등은 낙천했다. 이같은 외형적 변화가 예사롭지 않은 것은 동교동계 내부의 세력균형이나 역할분담 구도를 불가피하게 바꿔 놓을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구를 지킨 「소장파」 동교동계인 정동채(鄭東采)·설훈(薛勳)의원의 정치적 방향선택에도 눈길이 간다.
좌장인 권고문의 불출마 선언으로 시작된 「동교동 드라마」는 동교동 내부의 여러 속사정을 노출시켰다. 내부의 친소관계가 드러나기도 했고 힘겨루기 양상도 있었다. 공천심사특위에는 동교동계에서 김옥두총장만이 참여했으나 윤철상(尹鐵相)의원이 실무간사로서 모든 회의에 참석, 일정한 역할을 했다. 한지도위원의 경우, 자신이 오랫동안 공을 들인 영입인사가 1차 공천에서 유보되자 불쾌감을 표시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권고문은 불출마하는 대신 자기 사람을 많이 심어 「균형」을 맞췄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공천과정에서 쌓인 앙금이 있다면 이를 어떻게 해소할지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공천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범동교동」 한광옥(韓光玉)청와대비서실장과 정균환(鄭均桓)총재특보단장에 대해선 독자노선 또는 세력균형의 중요한 토대를 구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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