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한나라당 공천은 「이회창 총재에 의한」 「이회창 총재를 위한」 공천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부영(李富榮)총무의 힘」이 확인된 것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 및 수도권의 공천 내용을 들여다 보면 이총무가 주장한 「개혁인사 배치론」이 현실화했다. 당내에서는 이총무가 이총재의 개혁 파트너로 자리 매김했다는 관측이 나돌기 시작했으며 일부에서는 벌써 이총무를 「BY(부영)」라는 영문 이니셜로 부를 정도가 됐다.실제 공천자 면면을 따져보면 이총무의 힘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서울 및 수도권 신진 인사의 상당수가 이총무 사람이다. 나머지 지역에도 우군이 많이 포진해 있다. 우선 이총무는 영등포갑에 고진화(高鎭和)전성균관대총학생회장을 꽂음으로써 DR와 이기택(李基澤)전총재대행과의 쟁투에서 완승했다. DR는 권기균(權奇鈞)씨를, KT는 한경남(韓慶南)씨를 각각 강하게 밀었었다.
이세기(李世基)의원을 밀어내고 성동에 김도현(金道鉉)전문체부차관을 앉힌 데에는 여권도 놀랄 정도. 이총무는 김전차관을 당선 가능성이 높은 대구에 보내려 했으나 이것이 여의치 않자 기수를 돌려 기어코 공천을 성사시켰다. 현승일(玄勝一)전국민대총장이 대구 남에 입성한 것이나 홍기훈(洪起薰)전의원의 경기 일산을 낙점도 이총무의 작품. 유인태(柳寅泰·도봉을)전의원, 정태근(鄭泰根·성북갑), 유광언(劉光彦·강북갑)씨도 이총무 사람이다.
이렇게 볼때 16일 이총무의 공천 비판 발언은 이총재의 속내가 투영된 것이 분명하다. 각론은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총론에 대해서는 두 사람이 교감을 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18일 새벽까지 이어진 경합 지역 심사에서는 「공천 개혁」 여론과 이총재의 보이지 않는 힘을 등에 업은 이총무가 분위기를 잡은 가운데 홍성우(洪性宇)심사위원장이 뒤를 받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부영 주연, 홍성우 조연이었다는 후문이다.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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