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이와 동물의 '순수한 메시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이와 동물의 '순수한 메시지'

입력
2000.02.18 00:00
0 0

아이와 작은 동물이 때로는 우리에게 소중한 것을 가르친다. 그들의 추억과 모험과 충돌이 전하는 순수와 용서, 사랑이 정겹고 즐겁다.■ 그림 속 나의 마을 쌍둥이 세이죠(마츠야마 케이고)와 유키히코(마츠야마 쇼고) 형제의 여름나기. 일본영화 「그림 속 나의 마을」은 50년 전(1948년)의 추억이다. 전후 가난하고 삭막한 일본의 외딴 마을에서 보낸 유년 시절의 추억. 그것은 철저히 다큐멘터리적이다. 히가시 요이치(東陽一)감독은 아마추어 배우들을 기용해 50년 전 이야기를, 마치 그 시절을 적은 일기장을 읽듯 집요하고도 꼼꼼하게 재현했다.

카메라는 지금은 주인공들의 그림 속에서만 존재하는 시골의 목가적 풍경 속에 아이들을 던져놓고 그들의 일상과 심리를 인내심을 갖고 지켜본다. 아이들은 이불에 오줌을 싸고, 틈만 나면 냇가에서 고기를 잡고, 낚시를 하며 다투다 울어 버린다. 패망의 상처가 사람들을 각박하게 만들고, 보수성과 배타성이 작은 마을을 짓눌러도 쌍둥이는 자신들의 동심 속에서 산다. 동심은 물고기가 하는 말까지 듣는 환상과 마술의 힘이 있다. 영화는 마을입구 큰 나무가지에 앉아 그들을 구경하며 한마디씩 던지는 삼신할머니처럼 무심히 『이런 시절에, 이런 아이가 이렇게 개구장이로 놀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림 속 나의 마을」이 우리에게도 다정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정서와 풍경의 유사성 때문이다. 한국전쟁 직후의 어느 농촌마을과 다르지 않다. 그 속에서 소중한 몇가지를 발견한다. 교사인 엄마(하라다 마에코)는 쌍둥이 아들의 호기심을 채워주고, 재능(그림 그리기)을 키워준다. 아이의 「꿈」과 그「꿈」을 지켜준 어머니의 사랑이야말로 시대와 민족을 초월하는 이 영화의 진짜 아름다움이다. 96년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수상작. 화가인 타시마 세이죠의 자전소설이 원작이다. 19일 개봉. 오락성 ★★★☆ 예술성★★★☆

■ 꼬마돼지 베이브2 도시로 간 양치기 꼬마 돼지 베이브의 모험.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것은 유쾌하거나 신나는 경험이 아니다. 은행에 넘어갈 위기에 처한 농장을 구하기 위해 시골뜨기인 여주인 하겟 부인(마스다 수벤스키)과 함께 도시로 가는 길부터가 쉽지 않다. 공항에서부터 혹독한 시련을 겪고, 변두리 호텔에 숙소를 정했지만 도시 인심은 둘을 갈라놓고 빈털터리를 만든다. 호텔 안에 있는 침팬지 가족에게 가방을 빼앗기고, 그것을 돌려받기 위해 침팬지들의 서커스 공연에 참가하지만 그들은 그를 이용하기만 한다.

호텔방 창문을 통해 베이브가 내려다 보는 도시는 우울하고 삭막하다. 인간에게 버림받은 동물들은 굶주린 채 도시를 떠돌고, 서로를 불신하고 증오한다. 인간들은 그들로부터 식량을 지키려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개들은 그들의 하수인으로 같은 동물의 생명을 위협한다. 도시의 이기심과 삭막함, 비인간성을을 비꼰 「도시 쥐, 시골 쥐」의 이야기를 연상시킨다. 때문에 「꼬마돼지 베이브 2」(Bebe: Pig In The City)는 1편보다 훨씬 우화적이고 동화적 상상력을 크게 했지만, 어둡고 우울한 냄새가 난다. 화창한 시골의 밝은 햇살과 자연이 주는 너그러움과는 정반대 분위기이다.

1편의 제작자로 2편에서는 직접 메가폰을 잡은 「매드 맥스」의 조지 밀러 감독의 문명비판적 시각은 이 영화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사냥개 피비한테 쫓기다 물에 빠진 그를 구해주는 용서와 포용으로 「도시 떠돌이 동물들의 영웅」으로 추앙받지만, 베이브가 선택한 것은 자연으로의 귀향이다. 그것도 철장에 갇힌 친구들을 탈출시켜 함께 지내는 전원생활.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과 동물 로보트, 30여마리의 돼지를 번갈아 가며 베이브로 출연시키는 노력 끝에 만들어진 영화이다. 19일 개봉. 오락성 ★★★☆ 예술성 ★★★☆ (★5개 만점 ☆는 절반, 한국일보 문화부 평가)

▶히가시 요이치 감독

히가시 요이치(東陽一) 감독은 일본과 일본인의 정체성을 역사나 사회적인 소재로 규명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1969년 다큐멘터리 「오키나와 열도」는 그를 사회파 감독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의 다큐멘터리적 영상과 시각은 장편극영화 데뷔작인 「상냥한 일본인」(1971년)에서 「다리없는 강」(1992년)까지 그대로 이어져 일본사회를 날카롭게 냉철하고도 날카롭게 진단했다.

이후 4년만에 내놓은 「그림 속 나의 마을」에서는 거기에 마술적인 상상력과 환상을 뒤섞어, 픽션과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넘나든다. 그는 『모든 영화적인 것은 편집되고 있고, 따라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은 아니다. 사실을 가지고 다른 것을 만들기 때문에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는 서로 다르지 않다』고 했다. 지난 8일 자신의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된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을 찾은 그는 『한국과 일본은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감정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그림 속 나의 마을」을 많은 사람들이 보고 칭찬과 비판을 해주길 바랐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