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다음에 커서 대학 가서도 훌륭한 논문을 쓰고 싶어요』17일 오전 충북 충주시 산척면 산척초등학교(교장 신성기) 강당에서 열린 졸업식. 6학년 유정희(13)양 등 학생 28명이 신 교장으로부터 석·박사 학위 인증서를 받아들고 웃음꽃을 피웠다.
이 학생들은 지난 겨울방학동안 각자 관심이 많은 분야에 대한 연구에 몰두해 수십쪽 분량의 논문을 작성, 당당히 학위증을 따냈다.
전형적인 농촌 시골학교인 이 학교가 「어린이 석·박사제」를 운영키로 한 것은 겨울방학 전. 어린이들에게 성취동기를 부여하고 정보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였다.
코스워크는 「바른 인성」과 「정보 활용」, 그리고 「학위 논문」이 따로 있다. 인성 분야에서는 바른 인성을 함양할 수 있는 실천적 동기를, 정보분야에서는 자기주도적 학습력을 신장시키는 과제를, 논문 분야에서는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학습프로그램을 각각 이수토록 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4∼6학년생 80명 가운데 43명이 참여했으며 학생별 연구과제는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상의해 결정했다.
학교측은 2월 개학과 함께 논문심사위원회를 꾸려 어린이들이 방학동안 땀을 흘려 작성한 논문에 대해 심사를 했다. 1개 분야에서 탁월한 성적을 거둔 경우 석사 학위를, 3개 분야 모두 탁월한 학생에게는 박사학위를 주기로 했다.
박사학위를 받은 학생은 유양을 비롯해 이동선, 김초희, 박지혜 양 등 졸업생 4명. 5학년 김사랑(12)양 등 24명은 석사학위를 받았다.
유양은 「국토분단의 슬픔과 통일의 필요성」이란 논문에서 분단 당시의 상황, 정부나 민간단체의 통일을 위한 노력, 역대 대통령의 통일정책 등을 각종 자료를 활용해 잘 정리하고 통일을 위한 제언까지 첨부해 심사위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우리 고장도 기상이변이 일어날까?」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양은 『매일 기온, 습도, 풍향, 풍속 등을 재 옛날 자료와 비교해보고 충주댐 건설 이후 우리 마을의 기상이 크게 변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대학에 가면 지리학이나 기상학을 전공해 전국의 댐 주변지역 기상이변을 연구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학생 2∼3명이 함께 쓴 공동논문도 눈길을 끌었다. 5학년 이수연양과 손나현양은 함께 산척면내 자연마을의 마을비, 공적비, 예전 모습 등을 상세히 담은 「내 고장 각 부락과 부락의 상징물 조사」란 논문으로 석사를 땄다. 이 마을 저 마을 돌며 현장조사를 하느라 방학 내내 제대로 놀지도 못했다는 손양은 『힘들었지만 학위를 받고 보니 가슴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덕만 교감은 『학위인증서를 받는 모습을 보고 중도에 포기한 학생중에는 다음에는 제대로 해보겠다고 벼르고 있는 경우도 있다』며 『스스로 학습하고 연구할 수 있는 능력과 목표를 성취하겠다는 자신감을 키워주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주=한덕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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