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지자체장·지방의원 총선출마/찬성자치단체 지도자가 임기 도중에 사직하고 총선에 출마하는데 관해 크게 두가지의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 지역봉사의 약속을 저버리고 자치단체를 중앙무대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삼는다는 도덕론과 이들은 평소 선심행정에 주력하며 이들이 중도에 나가면 행정공백이 초래된다는 행정 부실화론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지역인재가 중앙에 진출할 기회를 막아야 할까. 아니다.
먼저 도덕론은 지극히 비현실적이다. 임기를 마치면 총선까지 2년여의 공백을 가져야 하는데 이는 정치를 포기하란 주문과 마찬가지이다. 조순(趙淳) 이인제(李仁濟)씨 같은 광역단체장도 임기 후 2년 쉬었다면 정치활동의 기회를 얻지 못했을 지 모른다.
둘째 행정 부실화론은 근거가 미약하다. 행정공백은 차순위지도자에 의해, 또는 보궐선거에 의해 쉽게 메워질 수 있다. 재임 중 선심행정에만 급급한다고 하지만 이런 지도자라면 일찍 사직하는 편이 낫고 총선에서 어차피 표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중도사직-총선출마를 지지하는 것은 「누구의 참정권도 제한할 수 없다」는 헌법적인 원칙 때문만은 아니다. 보다 적극적인 의미에서 지역인재의 국회진출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자치단체는 지역의 인재를 선발해서 정치적으로 훈련시키는 도장이다.
그렇다면 정치적으로 선출되고 행정적으로 검증된 유능한 인재들이 중앙으로 진출하는 것을 오히려 도와주어야 한다. 이는 지역정치를 활성화할 것이다. 아이러니칼하게도 자치단체선거와 총선 시기를 달리한 현행 선거제도는 예기치 않은 순기능을 하고 있다.
지역의 지도자들이 선거가 임박했을 때까지 지역주민들과 가까이 할 기회를 더욱 많이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총선에서 이길 확률을 높여주고 있다.
지역주민과 직접 접촉하며 많은 경험과 능력을 쌓은 이들이 총선에 나서는 것을 도덕적인 감정이나 뚜렷한 근거없이 반대하는 것은 당사자, 주민, 국가, 지역정치의 활성화 등 무엇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영철·여수대 교수·행정학과
■[포럼] 지자체장·지방의원 총선출마/반대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는 현직 뉴욕주지사인 마리오 쿠오모였다. 쿠오모는 10여년 이상을 주지사로 재임하면서 탁월한 행정능력을 발휘,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언론이 대통령 출마의사를 물을 때마다 『뉴욕주의 예산안을 해결하기 전에는 절대로 출마하지 않겠다』며 주민들을 안심시켰다.
뉴햄프셔 예비선거 후보등록 마감을 몇 시간 남겨둔 상황에서도 그는 주상원과 예산안 협상을 진행했다. 쿠오모는 『뉴욕의 재정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 뉴욕 주지사의 가장 우선적인 책무』라는 명언을 남겼다. 유권자와의 약속을 우선 생각한 것이다.
지방자치는 국가 행정체계 최일선에서 주민들과 접촉하면서 지역특성에 맞는 행정을 개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은 직접선거로 선출되기 때문에 지명도와 지지도에서 현역 국회의원을 능가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임기를 절반이나 남겨둔 상태에서 이들이 자리를 박차고 여의도로 향한다면 국가적으로 적지 않은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첫째 행정공백이 발생한다. 시·군·도와 같은 지방행정조직은 국가행정의 신경조직과 같다. 이들 기관의 책임자가 일시에 일손을 놓을 경우 국가행정이 원할하게 운영될 수 없다. 둘째 경제적 손실이 크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선출한 지방자치 인력들이 자신의 영달을 위해 빠져나가고 나면 보궐선거를 다시 치르거나 누군가 이 역할을 대신할 수밖에 없다. 국가적 손실을 방기하는 것이다.
셋째로 지방자치제도는 정치인 개인이 중앙정치 무대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편의와 지역발전을 위해 마련된 장치다. 재임 중에 훌륭한 업적을 쌓고 지역주민들의 지지를 얻는다면 임기를 마친 이후에 더욱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벌일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이다.
불과 2년전 지자체 선거 당시 동네 골목어귀와 시장통에서 『뽑아만 주신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목놓아 외치던 지자체 후보들의 굳은 맹세를 국민들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김정원·세종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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