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왕」의 성공. 개봉 2주만에 서울에서 32만명을 동원해 「주유소 습격사건」의 기록(95만명)에 도전하고 있다. 같은 날 불과 10개 극장으로 개봉한 「철도원」도 벌써 서울 18만명. 「러브 레터」(70만명)에 이어 일본영화로는 두번째 대박이다. 역시 한국영화는 웃음에 강하고, 일본영화는 눈물에 강하다? 겉으로 보면 그렇다. 「주유소 습격사건」과 「반칙왕」은 분명 코미디이고, 「러브 레터」와 「철도원」은 가슴 울리는 휴먼 멜로드라마이니까.확실히 한국영화는 코미디에 재능이 있다. 박중훈 최민식 송강호 유오성은 물론 이성재가 보여준 예상을 뛰어넘는 빛깔 연기. 그들을 받춰주는 박상면 정웅인 등 조연들의 존재. 「세기말」의 송능한, 「간첩 리철진」의 장진, 「행복한 장의사」의 장문일, 「반칙왕」의 김지운, 「플란다스의 개」의 봉준호 감독으로 이어지는 젊은 감각. 그들이 빚어내는 섬세한 감성 보다는 탄탄한 구조와 동화적, 만화적 상상력, 그리고 강한 캐릭터. 1990년대초의 로맨틱 코미디와는 분명 다른 새로운 감각의 사회성 코미디에 젊은이들이 즐거워 한다.
반면 「철도원」은 웃음과는 거리가 멀다. 젊은 감각도 아니다. 환상을 섞었지만 상투적이고 단조로운 드라마이다. 가능한 「영상은 아름답게, 슬픔은 절제로서 더 크게」 이다. 19일 개봉할 「그림속 나의 마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목가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에 별나지 않은 주제(가족사랑)에 중·장년층이 몰린다. 그렇다면 웃음은 젊은이들이, 감동은 나이 든 세대가 좋아한다?
영상세대들은 호흡이 긴 이야기를 싫어한다. 테크노 음악처럼 짧고, 빠르고, 감각적으로 웃기고 지나가는 영화가 좋다. 괜히 심각하고, 슬픈 것보다는 아무 생각없이 낄낄거리다 나오면 그만이다. 아무래도 감동과 서사의 영화는 지난 세대들의 것인 모양이다. 「철도원」의 1회 상영때 70%가 그들이었다고 하니까. 이유가 이런 것 뿐이라면 왜 더 전통정서적이고 가슴뭉클하고 아름다운 「춘향뎐」은 저조한 것일까. 「춘향뎐」은 너무 잘 알고, 16세 남녀의 러브스토리라서?
혹시 이건 아닐까. 「반칙왕」이 벤처시대, 디지털시대에 안간힘을 써도 자꾸만 뒤처지는 젊은이들의 답답함과 울분을 달래주고, 「철도원」은 산업화시대 청춘을 바쳐 일했지만 이제는 밀려나야 하는 장년층의 쓸쓸하고 우울한 마음을 읽어주기 때문에… 코미디이든 드라마든 영화는 이렇게 현실과 맞닿아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는 예술인가 보다.
「반칙왕」(왼쪽)과 「철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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