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우유요? 싱겁고 맛 없다고 안 먹는 애들도 많고요, 선생님 몰래 버리기도 해요』 학부모 K(36)씨는 작년말 서울 A초등학교 1학년 아들로부터 이런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이북 어린이들은 초근목피로 연명하는데…』초등학생들의 학교 우유 기피는 이 학교만의 현상이 아니다. 작년 경기 광명시 D초등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며 꺼리는 바람에 3개월 사이에 두 번이나 우유공급업체를 바꾸기도 했다.
현재 전국 5,800여개 초등학교는 대개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우유업체를 선정한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인 2월말부터 3월초까지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하거나 교장 전권으로 입찰을 실시한다. 농림부는 기준단가를 「200㎖들이 흰우유 1팩 기준 235원 이하」로 하고 있는데 대부분 가장 싼 값을 써낸 업체가 선정된다. 사실상의 최저가입찰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우유업체들은 출혈을 각오하고 「싼값」을 미끼로 초등학교 우유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연간 총 1,600억원 규모의 큰 시장인데다 브랜드 인지도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전국유가공협회의 한 관계자는 17일 『공장도가가 215원 정도인데 235원 이하로 경쟁하다 보니 출혈이 불가피하고 그만큼 어린이들도 저질 우유를 먹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현실이 이런데도 정작 교육부 학교시설환경과 관계자는 『초등학교 우유는 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시·도교육청에서 감사를 한다』고 말했다.
학교 우유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은 국가가 급식비를 전액 지원하고 일반 학생은 한 팩에 235원 정도를 내고 먹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전체 급식에 포함되기 때문에 이런저런 사정으로 혼자만 안 먹겠다고 빠지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황종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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