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에 한 번 고기 먹는 날의 그 치열한 젓가락 각축전, 밤 새는 줄 모르고 옆방 친구들과 마시던 술 술 술, 이야기 이야기 이야기…」지금의 이른바 386세대쯤이라면 누구나 향수를 느낄 법한 대학가 하숙·자취방의 전형적인 풍경이다. 그러나 신세대의 개인주의적 취향이 그 구수했던 하숙집, 자취방의 풍경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지방 출신 대학생들의 주거형태가 타인의 간섭을 받지 않는 독방형 하숙이나 자취 등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월세 50만원을 웃도는 고급 하숙방까지 나와 일부 부유층 대학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 지방 출신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거형태는 화장실과 주방을 따로 쓰고 「주인 아줌마」의 간섭에서 자유로운 「독립 자취」. 보증금 50만∼100만원에 월세 20여만원선은 예나 마찬가지지만 N세대(Net Generation) 학생들의 취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울 시내 대표적 자취·하숙촌인 서울대 주변 관악구 일대 임대주들도 기존의 「혼합 주거형태」를 소형 원룸으로 발빠르게 개조하고 있다.
건설불경기가 한창이던 지난해에 관악구 신림9동의 증·개축 공사가 20여건이나 돼 3∼4건에 불과한 인근 동과 대조를 보인 것도 원룸 신축·개조 때문이었다는 게 부동산업자들의 설명이다.
신림9동 천일부동산 강동렬(62) 대표는 『2년 전만 해도 방 구하는 학생 중 하숙과 자취를 원하는 학생이 반반이었지만 요즘은 90% 정도가 주인집과 완전히 떨어진 방을 원한다』고 밝혔다.
서울대 자연과학부 2학년 신모(21)씨는 『아무래도 혼자 사는 게 편하다』며 『세대간 라이프스타일에 차이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하숙도 월세 35만∼40만원대의 독방을 선호한다. 심지어 신촌 연세대 일대에는 월세 50만원대의 고급하숙방들도 나와 있다. 이런 방들은 원룸주택처럼 개인화장실이 따로 있고 침대 등 각종 가구와 화려한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서울대 주변에서 8년째 하숙집을 해온 박모(54·신림2동)씨는 『요즘 학생들은 식사때나 인사를 나눌 뿐 통 얼굴을 맞대려 하지 않아 옛날 같은 아기자기한 정이 없다』고 털어놨다.
김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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