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힘이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며, 학생은 결혼하면 고생한다는 어머니의 만류를 뿌리치고 결혼을 강행했다. 직장에 다니다 만학으로 대학에 들어가 만난 남편은 대학원생. 영락없는 학생부부가 됐다.우리 집 수입은 남편이 연구실에서 받는 월 60만원의 생활보조금과 내가 방학이나 일요일에도 놀지않고 아르바이트해 받은 돈을 합쳐 100만원 정도. 이중 등록금과 방값 등을 내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 그래서 절약에 절약을 거듭해야 겨우 살 수 있다. 다른 것은 참고 견디면 되지만 매끼 먹는 것이 가장 걱정이고 몸이 단다.
시댁이나 친정에서 가끔 만들어주는 밑반찬이 떨어지면 간장 한가지만 가지고 찬밥덩이를 삼키기도 한다. 남편이나 나나 장학금을 타기위해 연구실이나 도서관에서 밤을 세우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에 시험이 끝나는 날에는 삼겹살이라도 먹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달라 오히려 허기에 어지럼까지 겹쳐 넘어지는 일까지도 있다.
이번 겨울에도 방학이 시작하자마자 백화점에서 등록금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종일 일하고나면 발등이 통통 부어오르고 얼굴도 푸석푸석해진다. 초죽음이 돼 일을 마치면 집에 들어가기조차 힘들고 그냥 털썩 주저앉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얼마전에는 백화점에서 터벅터벅 걸어나오다 도로변에서 건빵을 파는 차량을 발견했다. 건빵 한봉지를 사다 라면과 함께 밥 대신 먹고 공부를 했다. 한동안 그렇게했더니 헛구역질이 나고 건빵은 보기도 싫어졌다. 맵고 짠 반찬을 곁들여 밥을 실컷 먹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공부하느라 바쁜데 반찬해 먹을 시간이 없을 터이니 때마다 데워먹어라』며 친정 어머니께서 김치를 듬성듬성 썰어넣고 꽁치를 졸여 한 냄비 해오셨다. 맛있게 먹고나니 갑자기 의욕이 넘쳤다.
사실 학생부부로 살아가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은 미처 몰랐다. 그렇지만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우리 힘으로 무사히 공부를 마친다면 얼마나 보람있는 일인가. 어서 학업을 마칠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 /양승숙·충북 청주시 흥덕구 모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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