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새 주민등록증 교환기간을 기소중지자 검거 기회로 적극 「활용」하라는 지시를 일선 경찰서에 시달, 수사 편의주의라는 지적과 함께 인권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서울경찰청은 경찰청의 지시에 따라 10일 신형(카드식) 주민등록증 교환기간(10일-5월31일)에 새 주민증을 받기 위해 동사무소를 찾는 전 시민을 대상으로 기소중지자 일제검거 작업을 벌이라는 내용의 「새 주민증 교부시 기소중지자 검거 철저 지시서」를 일선 서에 내려보냈다.
경찰의 지시는 교부장소인 동사무소의 협조 하에 명부대조 및 검거체계를 구축하고 사복 경찰관을 동사무소에 상주근무토록 하라고 돼 있다. 경찰은 그러면서 지시서 말미에 『인권침해 시비가 일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라』고 명기, 스스로도 문제의 소지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경찰은 이미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이뤄진 1차 교부기간에 같은 내용의 지시를 내려 기소중지자 707명을 검거했다.
이 지침에 따라 10일부터 주민증 교환에 들어간 서울 K·Y구의 각 동사무소에는 사복형사들이 상주한 채 「수배자 검거」에 나서고 있다. K구 한 동사무소 직원은 『경찰이 주민증을 교환하는 모든 시민의 신원을 휴대용 신원조회기로 체크하고 있다』면서 『단순 벌금체납자들에게도 신원확인 후 현장에서 즉시 납부를 독촉, 불안감이 조성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A씨는 『새 주민증을 받으러 갔다가 갑자기 형사가 접근, 교통위반 범칙금 미납사실을 지적하는 바람에 화들짝 놀랐다』면서 『주위 사람들에게도 마치 범죄자로 비쳐진 것 같아 내내 불쾌했다』고 털어놓았다.
민변의 김기중(金基中)변호사는『주민 편의가 목적인 주민증갱신사업을 수사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모든 행정 행위에는 각각의 목적이 따로 있다」는「행정법 일반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朴來群·39)사무국장도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기 보다는 「범죄자니까 당연하다」는 기관의 인식이 문제』라며 『투표장에서 선거인 명부를 이용해 범죄자를 잡으려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적법한 행위」로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고위관계자는 『지명수배가 된 경우만 조용히 불러 경찰서로 데려가고 범죄사실이 약한 자는 사람은 출두하도록 권유하고 있다』면서 『83년 주민등록증 일제갱신 때도 이런 방식으로 큰 「성과」를 올렸었다』고 말했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도 『「긴급」하거나 「수사상 필요하면」 수사기관에 주민명부 등을 공개해 왔다』며 『이번에도 경찰의 요청을 받아들여 일선 구청과 동사무소에 최대한 협조해 주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황종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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