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아시아의 육상을 세계정상권으로 끌어올린 두 지도자가 있다. 바로 한국의 정봉수감독(65)과 중국의 마준렌(馬俊仁·57). 휘하의 선수들과 함께 「정사단」과 「마군단」으로 불릴만큼 각각 마라톤과 중·장거리에서 탁월한 지도기량을 발휘했다.정봉수감독은 황영조가 금메달을 획득한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통해, 마준렌은 중국이 1,500, 3,000, 1만㎙를 석권한 93년 세계선수권대회를 통해 세계적인 지도자로 부상했다. 재능을 간파하는 식견과 카리스마적 기질, 혹독한 스파르타식 훈련, 특이한 식이요법을 사용하는 등 두 지도자는 닮은 점이 많아 중국에서 합동훈련을 한 적도 있었을 정도.
하지만 마준렌은 파란만장한 역정을 겪었다. 93년 세계선수권대회후 일약 인민영웅으로 떠오른 마감독은 이듬해 각계에서 들어온 성금착복 의혹으로 왕쥔샤 등 제자들과 마찰을 빚은데다 후두암, 교통사고 등의 고초를 겪었다. 93년 작성된 9개의 세계신기록중 7개를 만들어낸 마군단에 약물복용의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마준렌은 갑작스럽게 세계무대에서 증발했다.
마준렌은 97년 새로운 마군단을 이끌고 중국전국체전에서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는 등 중·장거리 종목을 휩쓸며 다시 한번 위력을 발휘했지만 중국당국은 마준렌을 외면했다.
98년 방콕 아시안게임때도 마준렌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으나 정봉수감독은 황영조에 이어 이봉주를 다시 우승시키면서 그 명성을 재확인했다. 정작 마준렌은 고향인 랴오닝성에서 다시 한번 옛 영화를 되찾기 위해 새로운 마군단을 육성하고 있었지만 중국당국과의 마찰로 등용되지 않았던 것.
하지만 중국은 시드니올림픽을 7개월 앞두고 다시 「마군단」을 등용할 계획임을 밝혔다. 베이징일보는 15일 『마준렌이 시드니올림픽 국가대표 코치로 복귀하고 시드니올림픽의 중·장거리도 마군단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로써 마군단은 93년 세계선수권이후 7년만에 세계무대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중국육상연맹의 고위관계자는 『마코치의 팀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세계정상급』이라고 밝혀 시드니올림픽에서 일대파란을 예고했다.
마군단이 화려한 복귀를 예고하고 있는 사이 한국의 「정사단」은 지난해 10월 코오롱사태이후 사실상 와해된 상태. 당뇨 등 정봉수감독의 와병속에 코오롱 파문으로 이봉주, 김이용, 권은주, 오정희 등 정상급의 남녀 마라톤선수들이 모두 정사단을 떠났다.
이 때문에 한국마라톤의 대부 정감독은 정작 시드니를 밟지 못할 상황까지 몰려 있다. 아시아 육상을 세계수준으로 끌어올린 두 지도자의 부침이 엇갈리고 있다.
정진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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