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 심사가 이부영(李富榮)총무의 발언으로 새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현역 및 기득권의 보전은 안된다』는 요지의 이총무 발언이 바닥까지 내려갔던 물갈이 수위를 다시 위로 끌어올릴 실마리를 끄집어 낸 것이다. 사실 공천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한나라당 공천은 『그대로』 분위기로 굳어지고 있었다. 현역 의원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훨씬 거칠고 집요했던 때문.이총무의 발언은 당내에 서로 다른 두가지 모양의 파장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회창(李會昌)총재 보좌그룹에서는 『백번 맞는 말』이라는 반응이 터져나왔다. 반대로 비판의 대상이 된 쪽은 『야당 공천에는 불문율이 있다』 『개혁 공천을 앞세워 자기 사람을 심으려 한다』는 가시돋친 비판을 쏟아냈다.
이같은 상반된 기류는 6인 공천심사위에도 그대로 관통하고 있다. 텃밭인 영남권은 물론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천의 방향 및 원칙이 극명하게 갈려있다. 예를 들어 누구에게 공천을 주더라도 당선이 보장될 경우 현역을 우선한다는 게 양정규(梁正圭)부총재, 하순봉(河舜鳳)총장 등의 생각. 당연히 이들이 상정하는 물갈이 폭은 「최소한」이다. 홍성우(洪性宇)변호사, 이부영(李富榮)총무는 이와는 정반대의 입장.
이총재의 젊은피 수혈창구였던 보좌 그룹들은 『이총재가 다음 대선을 생각한다면 길은 분명하다』고 말한다. 「전문가 그룹 벨트」와 「개혁 벨트」를 머릿속에 그려온 이들은 이러한 구상이 무너질 조짐을 보이자 「친위 쿠데타」얘기까지 꺼내고 있다.
이총무가 비판 발언을 하기 전 이총재와 협의하지 않은 것은 확인됐다. 그러나 발언 직후 이총무를 만난 이총재는 못마땅한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총재의 의중이 어디있는지 보여 주는 대목이다. 한 당직자는 『이총재가 이총무의 입을 빌린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계파 안배는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는 16일의 이총재 발언도 「개혁 공천」「대폭 물갈이」쪽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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