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은 고무줄인가좋은 자리 표를 갖고 갔는데 무대도 안보이더라. 그러면 속은 기분이 된다. 그런 일이 생기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공연 제작비를 건지려고 비싼 자리를 늘린다. 둘째, 공연을 협찬해 준 기업이나 단체에 초대권을 돌리는 과정에서 기왕이면 좋은 자리를 바라는 그쪽 요구에 맞추다 보니 이름만 R석인 초대권이 나온다. 달라는 초대권을 안 줄 수는 없으니 좋은 자리는 팔고 공짜인 초대권은 나쁜 자리로 돌리는 것이다. 이런 경우 자리가 나쁘다는 불평은 사실 할 게 못된다. 공연은 돈 주고 보는 거지 공짜가 아니니까. 공짜 손님이 돈 주고 표 산 관객과 같은 대접을 바라는 건 염치없는 일이다.
진짜 화낼 만한 일은 라이브 공연장에 흔하다. 라이브 공연은 「맘대로」 좌석제이다. 200석인 대학로 라이브극장은 많을 때는 400명까지도 들어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며, 학전소극장 충돌소극장 등 대학로의 크고 작은 공연장 모두 「정원」 개념이 희박하다.
요즘 인기가수들의 대형 공연장소로 선호되는 교육문화회관 역시 보조석을 허용하고 있다. 비좁은 통로나 무대가 잘 안 보이는 뒷편 등에 등받이도 없는 의자를 놓고 보조석으로 파는데, 그렇다고 일반 좌석보다 표가 더 싼 것도 아니고 그저 공연 당일 늦게 와서 표를 사면 보조석 신세다. 지난해 엄정화 공연의 경우 보조석을 많이 배치해 원성을 샀다.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의 경우 2,500석 규모이지만 지난 연말 이승철 공연 때는 3,000석을 넘게 만들었다.
보조석이 많아지고 관람 환경은 나쁜데도 관람료가 올라가는 것은 과도한 세금 때문이라고 기획자들은 주장한다. 문예진흥기금 6%, 부가세 10%, 판매수수료 5% 등 21%의 기본비용에, 대형공연장의 경우 관객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대관료 외에 할부대관료 명목으로 10%의 돈을 더 요구한다. 때문에 인기가수를 세워 좌석을 최대한 늘려 비용을 뽑아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럼, 관객은 남의 지갑 채워주는 봉이란 말인가. 돈 낸 만큼 대접 받을 권리는 어디 가서 찾나.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전당, 국립극장 등 큰 공연장은 등급에 따라 좌석을 나누는 기본 모델을 갖고 있다. 얼마나 잘 보이고 잘 들리냐에 따라 3~6 등급으로 나누는데, 그게 꼭 지켜지는 건 아니고 공연에 따라 달라진다. 또 S석이라고 A석보다 늘 좋으란 법도 없다. 같은 S석이라도 나중에 사면 좋은 자리는 다 팔리고 나쁜 자리만 남아 있어 A석만 못할 수 있는 것이다. 일찍 예매할수록 좋은 자리를 고를 수 있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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