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변화는 못 말리는 것. 꾼들은 이미 푸석푸석해진 얼음을 디뎌보고 겨울낚시 시즌이 저만치 갔음을 느낀다. 벌써 남녘으로부터 물낚시의 조황보고가 올라오고, 수도권에서도 일부 양어장 낚시터를 중심으로 물낚시가 시작되고 있다.휘파람 소리가 나도록 낚싯대를 휘두르고 싶은 마음에 꾼들의 가슴이 들뜬다. 겨우내 묵혀 두었던 낚싯대를 손질하고 채비를 가다듬을 때이다.
초봄 물낚시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욕심을 버리는 것. 아직 붕어가 기지개를 완전히 켜지 않은데다 겨울 끝의 일기가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조황이 내 맘 같지 않다.
운이 좋아 「붕어 소굴」에 앉으면 마릿수와 씨알재미를 보겠지만 대부분 몇번의 입질과 개시 손맛에 만족해야 하고, 심하면 소주병만 비우기 일쑤이다. 『물가에 앉은 것 만으로도 행복』이라는 각오로 임하면 낚시대를 걷을 때의 마음이 한결 편하다.
초봄의 포인트는 역시 수초지대. 햇살을 받으면 수온이 빨리 올라가고 풍부한 먹이가 있기 때문이다. 갈대나 말풀 등이 밀생한 곳에 가능한 한 가깝게 채비를 드리워야 한다. 물이 맑은 곳은 피해야 한다. 물에 유기물이 많아 플랑크톤과 붕어가 꼬이는 곳은 물이 탁하다.
대를 부채살처럼 펼치는 초식보다는 한 개의 대만 드리우는 것이 상식. 봄붕어는 겨울과 마찬가지로 왕성한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밑밥으로 유혹하기 보다는 대를 들고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 서너 개의 대를 펼쳐 놓았다가 자리를 옮기기란 매우 성가신 작업이다.
찌는 약간 가볍다고 느껴질 정도로 예민하게 맞춰야 한다. 예전에는 찌톱이 수면과 수평을 이루는 찌맞춤이 대종을 이루었지만 입질이 예민한 중국산 붕어가 상륙한 이후에는 한마디 정도 수면 위로 올라오는 가벼운 찌맞춤이 유행하고 있다.
초봄에는 주로 지렁이 등 동물성 미끼가 주효하지만 양식장에서 자란 붕어는 떡밥, 어분에도 입질을 보인다. 처음에는 두 바늘 채비에 지렁이와 떡밥을 단 「짝밥」을 쓰다가 우세한 미끼가 정해지면 과감하게 바늘 하나를 자르고 외바늘 채비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
외바늘을 쓰는 또 하나의 이유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 초봄 낚시는 수초와의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떼인 바늘을 다시 달고 엉킨 줄을 푸느라면 하루해가 쉽게 진다. 바늘을 여러 개 달면 붕어가 물렸더라도 다른 바늘이 수초에 걸려 끌어내는데 애를 먹는다.
초보자라면 긴 대에 줄을 짤게 맨 수초치기(일명 들어뽕)를 권할만하다. 포인트 바로 위에서 채비를 떨어뜨릴 수 있고, 붕어가 물면 수초를 감기 전에 신속하게 끌어낼 수 있다. 물론 끌고 당기는 손맛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초봄 낚시터로 각광을 받는 곳은 수도권의 경우, 아산호 남양호 대호 등 서해안 방조제를 낀 인공호의 수로와 강화권의 수로들. 물빛이 예전같지는 않지만 워낙 어자원이 풍부하고 포인트가 많아 꾼들이 단체로 몰리는 곳이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