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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모순...분노... '회색빛' 카리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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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모순...분노... '회색빛' 카리스마

입력
2000.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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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의 휘황찬란함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서울 강남. 적막감마저 도는 아침이다. 겨울이 마지막 저항을 하듯 칼바람이 세차게 분다. 그속에 더욱 더 차가운 카리스마의 한 남자가 서있다. 먼 발치에 있는 그 남자의 검은 정장과 하얀 와이셔츠가 착시를 일으킨다. 회색빛이다. 점차 그가 다가오면서 회색빛은 보이지 않고 양극단의 검정과 흰색 만이 확연히 들어온다. 촬영장에서 그렇게 만났다.주진모(26). 그는 KBS가 「나는 그녀가 좋다」 후속으로 3월 6일 새로 시작하는 월·화 미니시리즈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조은주 극본, 이민홍연출) 주인공이다. 모순으로 가득차고 탈출구가 철저히 봉쇄된 세상에서 젊은이는 두 가지로 반응한다. 어둠 속에서 철저히 분노하든지 아니면 규범으로 무장해 모순을 차례로 해결하든지. 주진모는 극중에서나 삶에서 분노를 선택했다.

분노의 진원지는 카리스마다. 신체부터 그렇다. 깎은듯 잘생긴 외모, 싸늘함이 맴도는 눈빛, 그리고 외로움이 배어있는 몸매. 그래서 그는 태생적으로 조연을 못하고 주연만을 해야 하는 운명인가 보다.

공부하기가 싫었다. 비트가 있는 음악이 좋아 연주에 빠졌다. 그가 잠시 머문 인천전문대학 체육학과에서 밀려났다. 그리고 찾아간 곳이 극단 유인촌레퍼토리. 소리를 내지르고 몸으로 부대끼는 연극이 좋았다. 드디어 잠재된 카리스마는 「박카스」 단 한 편 CF에서 폭발했다.

스크린에서 첫 모습을 보인 「댄스 댄스」의 준영 역은 어설픈 카리스마였다. 실패다. 분노는 철저히 좌절하고 절망의 끝에서 나오는 몸부림이다. 절망이 거세된 채 분노만을 표출하는 카리스마는 아무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을 주진모는 알았다. 연기는 그의 카리스마를 견고히 하는 유일한 무기라는 사실도 체득했다. 영화 「해피엔드」에서 전도연과 벌이는 열정적인 섹스신에서 주진모의 카리스마는 전도연의 강렬함에 밀려 수세적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세련되고 도회적인 색다른 모습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말 동성애를 다룬 KBS 단막극 「슬픈 유혹」에서도 카리스마는 직접화법이 아닌 간접화법으로 드러났다.

남성의 카리스마가 단순한 터프함으로 표출될 때 느끼함과 공허함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차인표와 최민수에게서 그런 분위기를 맛보았다.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의 주진모가 맡은 배역은 잘못된 세상에서 배척당한 깡패다. 폭력성과 터프함이 동반되어야 한다. 주진모는 결코 공허한 터프함에 자신의 카리스마를 가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두 시간의 인터뷰가 끝났다. 찬 바람의 강도가 더욱 세진다. 그 찬 바람 속에서 주진모의 카리스마가 더욱 견고해질지 두고 보고 싶다.

■ 젊은이들의 상실과 저항 그려

KBS 미니시리즈 16부작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는 1950-1960년대 미국과 유럽 젊은이들이 희망과 꿈을 상실한 채 좌절과 분노를 표출했던 「로스트 제너레이션(lost generation)」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드라마다. 당시 작품을 통해 저항과 분노를 표출했던 존 오스본의 희곡명을 그대로 차용했다.

불우한 환경 속에서 태어나 폭력으로 분노를 드러내며 깡패로 전락하는 형 주진모와 경찰이 되는 동생 이민우의 갈등 관계가 드라마의 골격. 리얼리즘 영상을 추구하는 「학교」의 연출자 이민홍은 『극중 주연이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한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사실적으로 드라마를 연출하겠다』고 말했다.

배두나 박예진 윤용현 김민희 등 젊은 연기자들과 명계남 김영애 정동환 등 연기파 탤런트들이 호흡을 맞춘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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