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와 재계가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에 돌입하는 것을 보면 우려가 앞선다. 선거법 개정으로 노동계에 이어 경제단체도 정치활동이 허용됐으나, 노사간의 이해대립이 정치판으로 이어져 정치와 경제가 모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와 재계의 경쟁적인 정치활동은 각자 선호하는 정치인에 대한 지지와 반대가 분명히 나뉠 것으로 보여 출발부터 사회적 긴장과 갈등이 예상된다.노동계뿐 아니라 재계에도 민주적 정치활동을 위한 균등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8일 선거법이 개정됐다. 그러나 노사문제의 경우 양측의 정치활동이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노동계와 재계는 시작부터 신중하고 자제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 특히 재계의 정치활동에 대해 우려의 소리가 높은 것은 재계가 자금력과 조직력에서 노동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많은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이 이뤄져 왔다고 보기 때문이다.
재계는 14일 경제단체협의회 총회에서 노사문제와 관련한 국회의원 의정활동을 평가한 뒤 결과를 회원사에 배포하기로 했다. 또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낙천·낙선 대상자 발표에 대해서는 성명을 통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되, 별도의 낙천·낙선운동이나 지지운동을 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평가결과는 5개 경제단체 회원사 산하 구성원 총285만명에게 배포된다는 것이므로, 자체홍보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은 이룰 것으로 본다.
노동계에 비해 강자인 재계가 정치활동의 범위를 노사문제로 제한한 것은 바람직하나, 재계 입장에 찬성하는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주기로 하는 문제는 신중해야 할 것이다. 후원금으로 가뜩이나 혼탁한 정치문화를 한층 더 변질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금명간 낙천·낙선 대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노동계 역시 정치활동으로 스스로의 권익을 찾되 감정적으로 흘러 재계를 필요 이상 자극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우리는 여러 모로 미흡하지만 개정 선거법을 통해 각계의 합리적인 주장이 정치에 반영될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를 맞고 있다. 따라서 노동계와 재계의 정치활동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다만 양측은 자제하는 가운데 정치활동에서 객관성, 투명성을 철저히 유지함으로써 산업평화와 시장경제, 나아가 민주발전에 기여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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