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대머리 귀신 형용 적막 옥방 찬 자리에 생각 나는 것이 임 뿐이라. 보고지고 보고지고 한양 낭군을 보고지고…』로 시작하는 「쑥대머리」는 판소리 춘향가의 눈 대목(하이라이트)이다. 춘향이 옥에 갇혀 한양의 이도령을 그리워하며 탄식하는 구슬픈 소리다. 「쑥대머리」란 머리칼이 무성하게 웃자란 쑥대밭처럼 얼크러져 귀신 꼴이 다 된 초췌한 모습을 가리킨다.「쑥대머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일제시대 명창 임방울(본명 임승근. 1904-1961)이다. 그는 스물 다섯 때 전국 명창대회에서 「쑥대머리」를 불러 일약 스타가 됐다. 그가 일제 때 취입한 「쑥대머리」 음반은 수십만 장이 팔릴 만큼 인기가 있었다. 서럽고 처절한 그 소리가 식민지 시대 한국인의 슬픔과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임방울은 스타였다. 그가 죽었을 때 상여를 따르는 행렬이 2㎞나 됐다. 그의 판소리 수업은 열 네 살에 시작됐는데, 대가들의 옛 소리제를 제대로 배우지 않고 자신만의 목을 다듬는 데 열중했다. 그래서 소리가 엉성하다고 귀명창들의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지만, 타고난 목청과 음악성에다 피나는 독공으로 자신만의 소리를 완성해 듣는 이를 홀리며 소리판을 들었다 놨다 했다.
광주시립국극단이 임방울의 일대기를 극화한 창극 「쑥대머리」를 18-20일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지난해 10월 광주에서 먼저 했다. 성창순 명창이 노래를 짓고 남도 지방의 토속민요를 넣었다. 연출은 오페라·뮤지컬에서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효경이 맡아 박씨전·심청전 등 많은 창극을 연출했던 경험을 살린다. 채향순이 안무한 춤도 여기 저기 넣었다. 공연시간 18일 오후 7시, 19·20일 오후 3시·7시. (02)595-0146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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