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人權)이 우선돼야 한다』 1998년 9월부터 이라크의 석유와 생필품을 맞바꾸는 유엔의 「석유식량계획」을 총괄해온 한스 폰 스포넥이 14일 「소신」에 따라 사표를 제출했다.독일출신으로 36년간 유엔에서 근무해온 스포넥은 미국과 영국이 주도하는 유엔의 대(對) 이라크 제재는 『2,200만 이라크 국민이 최저생활조차 유지할 수 없게 하는 가혹행위』라면서 제재 완화를 촉구해온 인물.
그는 취임직후부터 이라크의 정치문제와 인도주의적 문제를 분리, 대 이라크 제재조치를 철회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해 미국과 영국의 분노를 샀다. 그는 지난 주에도 CNN에 나와 『제재는 「인간비극」』이라고 성토했다.
그를 못마땅하게 여긴 미국과 영국은 『스포넥이 월권을 해 이라크 편을 들고 있다』며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경질을 요구해왔으며 이번 그의 사표제출도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라크는 즉각 관영 INA통신을 통해 『미국이 이라크내 국제인권기구의 활동을 고의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스포넥의 사임에 개입했다』고 비난했다. 현재 싱가포르에 머물고 있는 아난 사무총장은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내달 31일 임기 만료를 앞둔 스포넥의 사임은 그의 전임자인 데니스 홀리데이 조정관에 이어 두번째다. 홀리데이는 현재 대 이라크 제재조치 완화를 위한 민간운동을 하고 있다.
스포넥의 사임으로 유엔의 대 이라크 제재조치와 구호활동 문제가 또다시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그는 이달 말 뉴욕의 유엔본부로 아난 사무총장을 방문한 뒤 바그다드를 거쳐 유럽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