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제2의 젖줄인 다뉴브강에 죽음의 냄새가 자욱하다. 2주전 루마니아 금광에서 흘러나온 10만 ㎥ 분량의 시안화물(Cyanide)이 강을 따라 확산되면서 헝가리 유고슬라비아 등 남동부 유럽 전역이 공포에 휩싸였다. 흔히 양잿물로 알려진 시안화물은 조금만 마셔도 사망할 수있는 유독성 화합물이다.유고 정부는 14일 허용기준치를 넘는 시안화물이 검출됨에 따라 베오그라드 일대 2개 도시에 다뉴브 강물 사용을 전면 금지시켰다. 유고와 헝가리의 다뉴브강 지류에선 지금까지 페사해 수거한 물고기만 300톤이 넘는다. 다뉴브강을 이용하는 취수장들도 대부분 폐쇄됐다. 폐수는 25일께 우크라이나에 도착한뒤 터키 등이 공유하고 있는 흑해로 흘러 들어갈 전망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시안화물 폐수가 2,850㎞에 이르는 다뉴브강 수계의 먹이사슬을 영원히 파괴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팔 페포 헝가리 환경장관은 『초기 보고서 대로라면 생태계가 정화되는데 적어도 10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환경학자들은 강물 오염으로 봄 산란기의 물고기들이 부화를 중단하는 등 2차적 피해를 예상하고 있다. 더구나 남동유럽 대부분 국가들이 다뉴브 강물을 주요 관개(灌漑)용수로 이용하고 있다.
피해가 확산되자 최대 피해국인 헝가리와 유고는 이번 사건을 1986년 체르노빌 핵유출 사고 이래 최악의 환경재해로 규정하고 원인제공국인 루마니아에 배상을 요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브라니슬라프 블라지치 세르비아 환경장관은 『이번 오염으로 강이 박테리아 조차 살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면서 『오염 책임자들을 상대로 국제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도 『루마니아 금광 공동소유주인 호주 에스메랄다 탐사사에도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면서 『이미 법적 검토작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헝가리를 긴급 방문한 마이클 레이크 EU 환경문제담당 집행위원은 『이번 사건은 환경 관련 규정이 철저히 준수되지 않아 벌어진 인재(人災)』라면서『사고 경위를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루마니아는 인접국들의 피해액 산정에 협력하겠다고 약속하면서도 생태계 파괴가 지나치게 과장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안톤 블라드 루마니아 환경장관은 『일부가 감정적으로 묘사하는 것 만큼 오염이 심각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시안화물이란
시안화물(Cyanide)은 주로 금광에서 금을 다른 불순물과 분리시키는데 사용된다. 또 철이나 강철의 표면 경화, 전기도금, 선광 등의 화학공정이나 플라스틱의 원료인 아크릴로니트릴을 만드는데도 이용된다. 시안화수소산(청산·靑酸)의 염(鹽) 형태인 시안화물은 세포의 산화과정을 방해하기 때문에 매우 유독한 화합물이다. 100㎎만 흡입해도 죽을 수 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