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시대, 연극이란 얼마나 반시대적이며 비효율적인가? 가상이 현실을 비웃는 지금, 연극은 과연 앞으로 제대로 버텨낼 수 있을까?그러나 연극 무대에 모든 것을 건 사람들의 땀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들은 안다. 연극이 있어, 매번 조금씩 달라지는 연극의 얼굴들이 있어, 연극은 인간을 결코 배반하지 않을 것임을. 인간의 얼굴을 한 연극, 우리 시대의 배우들에게서 삶의 진실을 가늠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매주 수요일 연재한다.
「개 한 마리 들어 왔네. 주방속으로/들어 와서 순대 하날 슬쩍 훔쳤네/주방장이 나타나서 국자 자루로/뼈따귀도 못 추리게 때려 죽였네…」 고도를 기다리다 지친 블라디미르가 겅중겅중 뛰어다니며 노래한다. 작곡가 이건용씨가 1994년 블라디미르 역을 맡게 된 그를 위해 지은 곡이다.
하염없는 기다림, 시간 때우기에 관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는 놀랍게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아사히 신문이 『99년 일본 최고의 연극』이라 평한 극단 산울림의 「고도…」에서 배우 한명구(40)는 더욱 빛난다. 에스트라공 안석환과 콤비를 이뤄, 1994년 이후 400여 회 갖고 있는 무대다.
요즘 그의 연기에는 더욱 신이 묻어 난다. 일본 공연 성공 소식에 중학생부터 노인층까지 몰려 드는 무대다. 『연령층이 이렇게 골고루 분포된 관객은 처음이예요』 수벽치기 살풀이 등으로 단련된 몸에다, 자연스런 발성(딕션) 덕택에 그에게는 사도세자도, 빈센트 반 고흐도 모두 하나다. 한국적 무대에서의 이완, 서구적 무대에서의 긴장을 한 몸에서 아무 때나 꺼내보일 수 있는 그의 몸은 곧 동과 서를 초월하는 언어다.
극단 목화와 극단 산울림, 한국 연극의 거두 오태석_임영웅씨와 몸으로 부대꼈다는 점은 그가 가진 최대의 자산이다. 그 점에서 그는 매우 복받은 배우다. 1987년 극단 목화의 「부자유친」에서 신인연기상을 받은 이래, 그는 무대의 중심이었다.
연극은 그에게 꿈처럼 다가왔다. 전기대와 후기대에 각각 두 번씩 모두 네 번 낙방해 아주 실의에 빠져 있던 그에게 연극하던 고향 선배가 던진 말, 『너, 목소리가 아주 연극적이다』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1984년 극단 목화에 들어간 이래 한 번도 의심해 본 적 없는 연극 배우의 길이다.
그는 TV에 딱 한 번 출연했다. 1992년 SBS_TV 개국 기념 드라마 「은하수를 아시나요?」였다. 『결혼 앞두고 돈이 필요했거든요』 TV는 그걸로 끝이었다. SBS가 다시 출연을 제의해 왔으나 연극 출연과 겹쳐 그만뒀고, MBC의 출연 제의는 턱도 없는 악역이었다.
『연기의 폭을 넓히기 위해 방송이나 영화에 출연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예요. 정말 그럴 양이면 연극 무대에 더 충실해야죠』 용인대 연극과 3학년에 편입, 과정을 이수한 그는 숨돌릴 틈 없이 신학기면 연극과 대학원에 입학할 예정이다. 아내 이미영(36·이대 한국무용과 강사)씨와의 사이에 1남을 두고 있다.
『무대에는 무대만의 멋이 있어요. 커튼 콜 받을 때마다 새롭게 느끼는. 잘 했으면 잘 한대로, 못 했으면 못 한대로』 그는 확신한다. 『배우는 신의 축복을 받은 사람이죠』 해보고 싶은 역할은? 『영화 「넘버 3」의 송강호의 모습 같은 거요』 왜? 『그런 역은 안 해 봤으니까. 또 잘 못할 것 같으니까요』 4월 9일까지 산울림소극장에서 그를 만날 수 있다.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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