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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천행태 나아진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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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천행태 나아진게 없다

입력
2000.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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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공천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4·13 총선 후보들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볼때 정치권 물갈이는 일단 물건너갈 공산이 크며, 따라서 정치권은 공천발표 이후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것으로 보인다.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여야 공히 이른바 텃밭에서 구태의연한 인물들을 재공천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지역구도가 완연한 오늘의 정치풍토에서 정치권이 물갈이를 하려 한다면 참신하고 개혁성이 있으며 전문지식이 뒷받침되는 신인을 골라 당선가능성이 높은 텃밭에 공천하는 것이 순리이고 상식이다. 그럼에도 여야가 재공천 하려는 인물들중 일부는 누가 보아도 자질에 의심이 가고, 유권자 보다는 정당 보스에게 더 충성심을 보였고, 이권에 앞장섰던 사람들이다. 이들이 텃밭에서 공천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또다시 의원배지를 달고 여의도를 당당하게 활보할 것을 생각하면 착잡하기 그지없다.

정당 공천이 이런 식으로 이뤄지는 것은 지도부의 정치개혁 의지가 약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가 공천의 조건을 전문성 참신성 개혁성 당선가능성 등이라고 말은 그럴싸하게 해놓고, 실제로는 당선가능성과 충성심을 공천의 결정적 요건으로 보는 것은 아닐까 의심이 가는 것이다.

여야가 총동원령을 내려 각 분야에서 사람을 빼내오고, 싸움판의 말을 놓듯 이들을 이곳저곳에 넣었다 뺐다 하는 식으로 배치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당선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이런 행태는 애초부터 지역 유권자들의 의사와는 무관한 것으로,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썩 유쾌한 것은 아니다. 지역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도 그렇다. 헌 신짝 차버리듯 지역구를 이리저리 옮기거나, 실컷 외지를 떠돌아 다니다가 어느날 갑자기 출신지를 내세워 지역구 깃발을 꽂는 것도 좋은 모습은 아니다. 이런 행태가 더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뜨거운 맛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공천이 올바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당의 민주화가 필수적이다. 일부에서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에 대해 일말의 아쉬움을 갖는 것도 「구름 위」의 정치권은 놔두고 아래 부분의 물갈이에만 목소리를 높이는데 있다. 지도부의 변화가 정당의 민주화를 가져오고 그래야만 공천도 제대로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여야는 적어도 이번에 정치권 물갈이의 기초가 잡힐 수 있을만큼, 그래서 국민들이 덜 실망하도록 마지막 공천작업에 신중을 기해야 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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