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유가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배럴당 30달러선이 무너졌다.서부텍사스 중질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이 14일 뉴욕과 런던에서 각각 91년 걸프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자 국제원유시장은 하루종일 패닉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이미 원유비축량이 23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던 미국이 정유시설 가동단축을 고려하고 있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월례 보고서도 유가급등을 부채질했다.
「30달러 고유가 시대」가 열리게 된 1차적 원인은 석유장비 부품구매에 대한 유엔제재가 풀리지 않을 경우 산유량을 하루 25만배럴(10%) 추가 감산하겠다는 이날 이라크측의 발언 때문. 그러나 1년째 계속되고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을 비롯한 주요 산유국들의 지속적인 감산이 국제유가 초강세를 이어가게 하는 주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4월 합의한 감산조치로 줄어든 하루 원유생산량은 200만배럴. 여기에다 경제위기에서 벗어난 아시아 국가들의 석유소비량 증가, 겨울철이라는 계절적 요인 등이 겹치면서 유가는 꺾일 줄 모르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로인해 유가는 올들어서만 18%, 1년전에 비해서는 무려 2배 이상 폭등했다.
OPEC 11개 회원국들은 다음달 2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3월말로 만료되는 원유감산에 대한 추가연장 여부를 논의하는 각료회의를 개최한다. 이에 앞서 다음달 2일에는 OPEC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베네수엘라, 비(非) OPEC의 대표주자인 멕시코 등 3개국이 정기 각료회의에 앞서 산유국간 의견조율에 나설 에정이다.
전문가들은 3자회의에서 감산에 대한 대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증산이 된다 하다라도 그 폭이 하루 100만배럴 이상은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유가 급등세가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산유국들 사이에서도 배럴당 30달러는 국제 원유시장의 안정을 오히려 해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단기적으로 국제유가는 30달러선 밑에서 조정기를 거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쇼크리 가넴 OPEC 연구부장은 이날 『OPEC 내부에서 감산시한 연장을 지지하는 회원국들이 점점 늘고 있다』며 『감산조치를 원래 시한인 3월말에서 9월까지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들은 즉각 이같은 발언을 부인했다. 감산조치 시한여부와 관계없이 산유국들이나 미국 등 소비국들이 고유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만큼 장기적으로 볼 때 유가는 30달러선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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