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가 교육비 때문에 나라가 망하지 않겠느냐는 걱정이 현실이 될는지 모르겠다. 14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국민계정에 잡힌 98년중 교육비 지출은 25조 4,880억원이었다. 이는 우리 국민이 자녀교육을 위해 학교와 인가받은 학원에 낸 교육비 총액인데, 사교육비 성격의 학원비를 제외하면 공교육비만 24조원에 가깝다. 여기에 개인과외 유사학원 해외유학비 등을 포함한 사교육비 29조원을 합치면 국민의 연간 교육비 부담은 54조원을 넘는다.이 통계는 우리가 IMF 구제금융 체제 아래 극도의 내핍생활을 하던 98년의 지출이고,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이 산출한 사교육비 29조원도 같은 기간의 조사결과이므로 지금과는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든 작년 하반기 이래 과외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은 각 가정에서도 피부로 느끼는 일이다. 외국유학의 벽이 허물어진 이후 유학송금도 급증추세다. 국가 전체의 예산보다 많은 돈이 교육비로 지출된다는 사실은 교육비 망국론이 나오기에 충분한 과부담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우리는 자녀 과외비 부담을 위해 어머니가 파출부 일을 나가고, 심지어 빚까지 내는 가정을 자주 볼 수 있다. 교육개발원의 표본조사를 보아도 학생 1인당 연간 사교육비 지출은 초등학생 330만원, 중학생 206만원, 일반고교생 233만원이다. 여기에 공교육비(초등학생 75만여원, 중학생 230만여원, 고교생 216만여원)를 합치면 초등학생 1명 교육비가 연간 500만원이 넘는다. 이러니 한 자녀를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가르치는데 1억원이 더 든다는 교육개발원 조사결과가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유치원 나이도 안된 유아 재능교육에 돈을 펑펑 쓰는 풍조를 더하면, 교육비가 현대 한국인을 목죄는 올가미라는 말에 이해가 간다.
문제는 의무교육인 유치원과 초·중 과정에 돈을 너무 많이 쓴다는 것이다. 어려서 재능을 개발한다는 이유로 여러가지 과외를 시키는 학부모들 극성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공교육이 충실하면 사교육이 발붙일 틈이 없는 법이다. 정부가 사교육비 절감을 교육정책의 맨 윗자리에 놓고, 여기에 맞추어 대입제도를 바꾸는 등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데도 불구하고 사교육비가 늘어가는 현상은 무엇 때문인가. 대입과외만 잡으면 문제가 풀리리라는 발상에 허점이 있음이 드러난 셈이다. 과외학원과 외국 학교를 찾아가는 학생들 발걸음을 붙잡지 못하면 어떤 시책도 무위다. 처방은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 뿐임을 알아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