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영화에선 기모노 입은 장면이 삭제되지만, 뮤직 비디오에서는 방송될 수 있다? 요즘 빅히트를 치고 있는 조성모의 뮤직비디오 「가시나무새」에 이영애가 기모노를 입고 나오는 등 짙은 일본색을 띠고 있는 장면을 두고 방송위원회가 고심중이다.일본 대중문화의 개방이 가시화하고 있긴 하지만, 일본문화 2차 개방 이후에도 방송, 극장용 애니메이션, 음반 등은 아직 문이 잠겨 있고 그 중 방송 분야는 개방의 마지막 보루다. 일본 방송프로그램이 들어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일본색이 짙게 배어 나는 장면은 사후 심의를 통해 규제를 해온 상태.
뿐만 아니라, 30년 동안 수입해 온 TV용 일본 만화영화의 경우, 사전 심의를 통해 철저히 일본색이 들어간 장면들은 삭제 방영토록 해왔다. 기모노를 입거나 게다를 신거나 일본어 간판 등 일본색이 조금이라도 나오면 삭제해 왔고, 현재 방송되는 KBS 「명탐정 코난」 「세일러 문」 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일본 문화의 점차적 개방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무차별적으로 규제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 현재 방송위의 판단이다. 조성모의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짙은 일본색에 대해선 일단은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펴본다는 입장. 별다른 반발이 나오지 않는 이상, 시청자들에게 일본문화를 적응시켜나가겠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사전심의를 거쳐야 하는 일본 수입 만화의 경우는 엄격한 규제를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방송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어린이에게까지 일본색을 노출시켜서는 안된다는 국민정서상 만화는 아직 규제를 하지만, 성인 대상의 뮤직비디오의 경우에는 점차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에, 만화매니아들은 『뮤직비디오의 주 시청층 또한 초중학생』이라며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기모노를 입는 등 짙은 일본색 장면이 허용되는 마당에 원작을 훼손하면서까지 일본 만화를 자를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내달 12일부터 새방송법이 시행되면 외국만화·영화에 대한 방송위의 사전심의가 없어지고 방송사 자체 심의가 이루어지지만, 만화에 대한 일본색 규제는 당분간은 계속될 것이라는 게 방송관계자의 얘기다. /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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