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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의 관전노트] 공식기록산정 한국기준 들쭉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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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의 관전노트] 공식기록산정 한국기준 들쭉날쭉

입력
2000.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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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원이 발행하는 월간 「바둑」 최근호에 흥미있는 기사 한 꼭지가 실렸다. 루이나이웨이가 차지한 99년도 승률 1위 상(賞)의 공정성 여부를 둘러싼 최근 바둑계의 논란을 소개하면서 한국기원의 공식 기록 집계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빠른 시일 내에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기준 마련을 촉구하는 내용의 기명 칼럼이다.이 칼럼의 지적대로 현재 한국기원의 공식 기록 산정 기준은 들쭉날쭉 제멋대로이다. 예를 들어 국제 기전의 경우 삼성화재배 LG배 등 한국이 주최하는 기전에서의 성적만을 공식 기록으로 인정하고 있다.

외국 주최 기전은 모든 국내 기사들이 참가하는 예선전을 치르지 않기 때문에 공식 기록에서 제외한다는 묘한 규정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잉씨배나 후지쓰배에서 우승을 했다 하더라도 전혀 개인 승수에 가산되지 않는다. 하지만 반대로 여류 국수전이나 신인왕전 등은 일부 특정 기사들만 참가하는 대회인데도 버젓하게 공식 기록에 포함되고 있다.

최근 바둑계 일각에서 일고 있는 지난해 승률 1위 상의 공정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바로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즉 이창호가 춘란배 TV아시아선수권 한중천원전 등에서 거둔 성적은 승률 산정에서 일체 제외된 반면 루이가 여류 국수전에서 거둔 성적이 모두 포함된 것은 불공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기원의 공식 기록 산정 기준을 둘러싼 이같은 논란이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1994년 서봉수가 국내 기사로는 최초로 1,000승을 달성했다고 발표됐을 때도 이와 유사한 반론이 제기됐었다. 즉 조훈현이 일본 유학 시절 기록한 승수를 포함시키면 조훈현이 최초의 1,000승 기록 보유자가 된다는 주장이다.

한국기원은 아직도 조남철이나 조훈현 등 일본 유학파들이 유학 시절 기록한 성적은 공식기록에서 제외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예를 들어 박찬호가 나중에 고국에 와서 뛸 때 메이저 리그에서의 승수를 개인 통산 성적에서 제외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것일까.

이미 오래 전부터 일부 프로기사 및 바둑계 언론에서 이 문제에 대해 개선을 주장했지만 한국기원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당초 한국기원의 성적 관리 기준이 마련될 때만 해도 국제 기전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요즘 국내 정상급 기사들은 국내 기전보다 오히려 국제 기전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 당연히 산정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조훈현 서봉수의 역사적인 잉씨배 우승 기록이 공식 성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니 이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가. 칼럼은 보다 합리적인 기준 마련을 위해 바둑계 청문회라도 열어야 한다며 끝을 맺고 있다.

모처럼만에 읽어 보는 좋은 글이었다. 한데 사실 필자가 흥미를 느낀 부분은 이같은 지적이 다름 아닌 월간 「바둑」을 통해 제기되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바둑계의 크고 작은 사안에 대해서 한국기원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면서 기관지 역할에 충실했던 월간 「바둑」이 모처럼 독립적인 입장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일까. 아니 어쩌면 월간 「바둑」이 드디어 이 문제를 공식 거론한 것을 보면 머지않아 한국기원의 대국 집계 방식이 바뀌려는 모양인지도 모르겠다.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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