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 특허전쟁이 치열하다. 지난달 영국특허청은 로슬린연구소에 양 돌리의 체세포복제 특허를 세계 최초로 내주었다. 우리나라도 이 특허를 피해갈 수 없는 처지다. 더욱 큰 문제는 유전자특허다. 미국의 유전정보기업들은 인간유전자를 선점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고, 세계 특허청은 격렬한 논쟁 끝에 심사기준을 마련했다. 생명공학연구는 더 이상 인간복지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위험을 감수한 채 막대한 부가가치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아무런 대안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다.특허청은 영국이 지난달 돌리의 복제특허를 냄으로써 국내에도 곧 특허심사청구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로슬린연구소측은 이미 1998년 국내에 이 특허를 출원했다. 우리나라는 서울대 황우석교수팀이 같은 복제술을 이용, 지난해 젖소 영롱이가 탄생했고, 300두의 복제 송아지가 임신된 상태다. 우유 생산능력이 뛰어난 젖소, 육질이 좋은 한우 등을 복제해 보급해왔다. 특허청은 『세계 100여개 국가에 출원 중인 이 특허가 등록되면 로열티 수입만 10억달러(1조2,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앞으론 국내 축산업 생산성의 일부를 영국으로 되갚아야 하게 됐다.
황교수는 『영국서 특허받은 것을 100% 국내에서 특허내지는 않겠지만 핵심내용인 혈청기아배양을 피해갈 방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국내 특허가 나오기까진 통상 2~3년이 걸린다. 당장 로열티가 나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체세포 복제는 농축산 뿐 아니라 의료산업에 적용범위가 넓은 핵심기술이기 때문이다.
체세포복제란 다 자란 어른과 꼭 같은 개체를 만드는, 지금으로선 유일한 기술이다. 예컨대 장기이식의 경우 동물 또는 인공장기를 개발하는 연구가 활발한데 가장 큰 문제인 생체적합성(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바로 체세포복제이다. 간경화 환자인 갑돌이의 체세포를 떼어 임의의 난자에 결합시킨 뒤 조직배양으로 간을 만들면 이 간은 갑돌이와 유전적으로 완전히 일치, 거부반응이 전혀 없다(그림 참조).
동물을 이용한 의약품생산도 산업화의 혁신이 이뤄진다. 성장호르몬, 조혈단백질 등 의약품으로 쓰이는 인체단백질을 소 염소 등이 생산할 수 있도록 유전자조작하는 연구가 한창이다. 그러나 이런 「살아있는 의약품공장」을 만들기까지 비용과 시간이 만만찮다. 그래서 동물을 이용한 의약품생산이 아직은 시장성이 없다. 그러나 체세포복제로 형질전환 동물을 대량생산할 수 있다면 값싸게 암, 백혈병, 빈혈 등의 치료(보조)제를 생산 판매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밖에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 질병모델 동물을 복제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황우석교수팀의 소 복제연구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기초연구가 부족하면 결국 외국의 특허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이번에 드러났다. 스탠포드대학은 연간 5,000만달러의 특허료 수입을 올린다. 이 수입의 3분의 2가 유전자재조합기술이라는 하나의 특허에서 나온다. 핵심 기술의 위용이다.
전문가들은 『생명공학분야는 투자비가 막대하고 회수기간이 길기 때문에 특허가 더욱 중시되고 있다. 결국 외국기술을 모방, 개량하는 것뿐 아니라 핵심기술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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