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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 건지고… 삶의 여유 되찾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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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 건지고… 삶의 여유 되찾고

입력
2000.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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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전 이야기' 송철규 지음소나무 발행, 1만원

눈부신 정보통신혁명의 시대에 「고전」을 말한다면 고개를 돌릴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세상이 바뀌고 있는 시대인데 고전이 웬 말인가. 더구나 중국 고전이라면. 클릭 한 번이면 듣도 보도 못한 미지의 세계가 펼쳐지고, 벤처 한 번이면 그토록 꿈꾸던 엄청난 부가 쏟아질 것 같은데.

그러나 고전이야말로 지혜의 바다이다.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를 아무리 헤매다녀도 결코 얻을 수 없는 삶의 지혜를 케케묵은듯 보이는 고전의 한 문장에서 섬광처럼 건져올릴 수 있다. 꼭 그런 지혜를 얻겠다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삶의 여유로움을 되찾는 시간이 된다.

송필규(35·한국외대 강사)씨의 「중국 고전 이야기」는 고전이 곧 낡음과 비효율, 혹은 비생산성과 동의어 쯤으로 치부되는 시대 분위기에서 고전만이 가진 의미와 멋, 재미를 함께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입문서가 될 법하다. 중국의 원시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혜의 보고가 되어 온 책과 그 저자들을 알기 쉽고도 흥미로운 서술방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번에 나온 첫째 권은 선진(先秦)시대부터 당대(唐代)까지를 다루고 있다. 이어 출간될 2권은 송(宋)나라부터 원(元), 명(明)을 거쳐 청대(淸代)까지, 3권은 청 이후를 다룰 예정.

한국도 아니고 서구도 아니고 왜 중국의 고전일까. 『중국의 고전은 중국의 것이 아니다. 고대 중국 대륙의 문화는 한족(漢族)만의, 현대 중국만의 문화가 아니다. 그것은 여러 민족의 문화적 특성이 내화한 종합문화이자 거대문화이다. 바로 동양적인 것이자, 우리 것이라 할 수 있다』고 송씨는 말한다. 특히 중국의 고대문학이야말로 보편적인 동양적 사고방식의 뿌리가 내재해있는 보고라는 것이다.

그는 이같은 입장에서 신화와 문자의 탄생에 관한 「여와(女와)가 하늘을 메운 이야기」부터 중국고전의 바다를 보여준다.

많은 중국 고전 개설서가 나와있지만, 교양서적은 지나치게 내용이 간략하거나 나열식 서술에 치우쳐 있고, 전문적 서적은 한자에도 익숙치 못한 요즘 세대가 읽어내기에는 너무 어렵다는 단점이 있는 것이 사실. 송씨의 책은 이같은 면을 고려해 흥미있는 기술방식을 택하고 있다.

첫 권은 스물여섯 가지 주제에 따라 중국문학을 전공하고 대학교수로 있다가 퇴임한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

구어체로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자상한 설명과 손자의 의문, 그에 대한 할아버지의 대답을 읽어가다 보면 어렵고 딱딱한 한자용어나, 고전 탄생의 배경이 되었던 뒷이야기까지가 자연스럽게 이해될 수 있도록 하는 기술방식을 택한 것이다. 각 이야기 단락의 말미에는 핵심적인 용어나 인물 등에 관해 따로 설명하고 있어 이 부분만 보아도 흐름을 짚을 수 있게 했다.

한자의 세로쓰기가 먹물이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이야기, 삼국 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조조가 기개 높은 시인이었다는 이야기, 허리 굽혀 인사하기가 역겨워 벼슬자리를 내던진 자연인 도연명, 만화 영화가 아니라 장편 서사시로 보는 뮬란(원래 발음은 「무란」)의 이야기, 당 현종과 양귀비의 슬픈 사랑의 이야기, 달을 건지려다 연못에 빠져 죽은 줄로만 알았던 천재 시인 이백의 기개와 애석한 죽음, 서양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동양의 시인 두보의 옹색한 살림과 불행했던 인생역정 등 우리가 알고 있거나 모르고 있던 이야기들이 흥미롭고도 자세하게 펼쳐져있다.

고전의 저자들이나 관련인물, 사진자료, 그림 등도 풍부하게 곁들여져 이해를 돕는다. 저자는 『중국 고전, 특히 문학이라는 정보를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고전에는 우리가 알고자 하는 모든 것이 담겨있다. 아울러 문학이란 자연과 사람에 대한, 그리고 사회에 대한 마음씀씀이인데 문학은 고전이란 넓은 범위에 개인의 숨결을 더해준다』는 것이다. 기술로 동양을 정복한 서양에서 오히려 고급한 동양의 사상과 문화에 주목하고 공부하는 지금, 동양적인 것과 한국적인 것에 대한 재발견으로 삶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송씨는 말했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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