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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한복판에 선 검찰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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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한복판에 선 검찰 진퇴양난

입력
2000.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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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정형근의원에 대한 체포영장까지 발부받아 강제구인의 배수진을 친 검찰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당사 안에서 농성중인 정의원을 강제로 끌고 나오기에는 현실적인 부담이 워낙 크고, 그렇다고 빼든 칼을 거둘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 특히 이 문제가 총선을 앞두고 최대 정치현안으로 비화하면서 법 집행의 명분까지 퇴색하는 조짐이 나타나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이때문에 13일 서울지검 수사간부와 일선 검사들의 표정도 완연하게 가라앉았다. 정의원과 한나라당을 향해 「법질서 우롱」 「다중의 위력을 앞세운 불법저항」 등 직격탄을 날리며 일전불사 의지를 다졌던 전날과는 판이하게 다른 분위기다.

정의원이 자진 출두하지 않는 한 검찰의 선택은 한나라당 당사에 진입해 영장을 강제집행하거나, 아니면 임시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을 처리해주면 강제구인에 나서는 방법이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물리력을 동원할 경우 설사 신병확보의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엄청난 후유증을 각오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강제진입에 대비해 의원과 당원 등 100여명 이상을 배치하는 등 당사를 「요새화」해 놓고 있다. 따라서 진입작전 과정에서 대규모 충돌이 불을 보듯 뻔한데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제1야당 당사에 공권력 투입」이 가져올 국민여론 악화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의원 처리를 국회에 맡기는 방안도 있지만 이는 합법적인 농성장을 만들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고민이 있다. 방탄국회를 요구해 놓은 한나라당은 정의원을 계속 보호하면서 총선 때까지 야당탄압과 지역감정을 부추기는데 이용할 태세다.

검찰은 일단 15일 임시국회 전까지 계속 영장집행을 시도하면서 『엄정한 법집행을 정의원과 한나라당이 방해하고 있다』는 「명분쌓기」에 주력할 방침이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여론의 부담을 안고 계속 방탄국회를 여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시간이 갈수록 상황이 불리해지기는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따라서 검찰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한나라당과 정의원측이 어떤 식으로든 협상해올 것으로 보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해결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긴급체포, 체포영장 등 공격적 입장에서 하루 아침에 수세에 몰린 검찰이 어떤 카드로 다시 반전을 노릴지 주목된다.

정덕상기자

jfur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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