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주의 이날 레이스는 국민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을 것이다. 마지막 치열한 순위다툼끝에 한국기록을 경신하는 모습을 보며 얼마전까지 전소속팀인 코오롱과 결별한 뒤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던 이봉주를 생각하고 가슴 뭉클한 그 무엇을 느꼈다.그것은 고교때부터 함께 경쟁을 펼치며 달렸고 1994년부터는 코오롱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우정을 쌓아온 친구에 대한 느낌때문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난관을 극복하고 성실함과 끈기로 인간승리를 연출한 데 대해 같은 마라토너로서의 존경심같은 것이다.
이봉주의 장점은 바로 성실성이다. 마음까지 착해 훈련외에 다른 것은 할 줄 모르고, 할 생각도 안하는 노력파이기에 또 다시 한국기록을 세우게 되지 않았나 싶다. 이봉주는 더위와 난코스에 강하고 지구력은 세계 최정상급이다. 이날도 처음부터 끝까지 페이스가 흔들리지 않은 것은 바로 타고난 지구력덕분이다.
이봉주는 지구력 하나로 세계정상권에 올라 선 선수다. 그럼에도 우승보다 준우승이 많아 「만년 2인자」로 머물러 온 것은 바로 승부처에서 과감히 승부하는 「승부수」가 없기때문이 아닌가 한다. 마지막 파워와 스피드, 배짱을 키운다면 시드니올림픽에서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고 본다.
늘 통화하고 만나는 절친한 친구사이지만 동료 마라토너로서 봉주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지금같은 정신력을 올림픽때까지 유지해 달라는 것이다. 1등에 대한 욕심보다는 바로 도쿄대회의 레이스처럼 열심히 뛴다는 생각으로 대비한다면 우승도 가능하다. 국민도 최선을 다하는 이봉주를 더 보고 싶어할 것이다.
/황영조(바로셀로나올림픽 마라톤 우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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