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착잡한 풍경이다. 정형근의원을 체포하려는 검찰과 이를 방어하려는 야당이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 빤히 얼굴을 쳐다보며 휴대폰으로 설전을 벌이고 있다. 한쪽에서는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하고, 한쪽에선 집단 농성으로 법집행을 저지하고 있다. 검찰의 태도는 결연하다.검찰은 이미 첫날의 정의원 체포작전을 지휘한 간부를 문책하고 체포영장 집행에 배수의 진을 쳐놓고 있다. 이런 정경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은 안타깝다. 도대체 어느 나라의 정당이고 검찰인가.
그러나 이쯤에서 우리 모두는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법치국가에서 법의 존엄성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정치적 고려가 있어야 하겠지만 정당의 당사가 치외법권 지대는 아닐 것이다. 정치인들이 문을 걸어 잠그고 집단농성으로 법집행을 저지하고, 그것이 효력을 발휘한다면 법치주의는 「정치적 고려」에 의해 설 땅을 잃게 될 것이다.
검찰이 현실적으로 야당의 당사를 물리력을 동원하면서 까지 치고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법집행이 야당의 집단농성에 의해 거부되고, 결국 또다시 방탄국회 소집으로 무산된다면 공권력의 권위는 실추되고 만다. 검찰은 아마도 지금 이런 것을 고민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검찰과 야당이 언제까지 평행선을 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면충돌해 불상사가 생기는 것을 누구도 바라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사태수습 방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양측이 조금씩 양보한다면 자존심을 훼손당하지 않고도 법집행의 효력을 살릴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신병처리에 대한 결정을 선거이후로 미루는 선에서 정의원이 검찰에 출두, 조사를 받는 방안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검찰은 정의원이 연루된 24건의 사건을 매듭짓기 위해서라도 싫든 좋든 정의원을 반드시 조사해야 할 형편이다. 정의원은 자신이 고소 고발한 사건만도 10여건이 된다. 자신이 고소 고발한 사건에 대해 조사받기를 회피하는 것을 이해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정의원은 어떤 형태로든 검찰에 출두, 조사를 받아야 마땅하다.
정의원이나 한나라당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야당탄압이라는 시각에서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사람들도 물론 있다. 그러나 법집행에 예외가 있어선 안되며, 공권력이 정치인들에 의해 우롱 당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으리라 생각된다.
/한국일보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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