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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아름다운 점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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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아름다운 점자신문

입력
2000.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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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잘 아는 장애우 단체가 후원회원을 위한 날을 마련해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그날 행사장 맨 앞엔 「함께사는 세상, 아름다운 우리」라고 쓴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우리는 『아름답다.』라는 말을 더러 사용합니다. 아름다운 노래, 아름다운 광경, 아름다운 사람 등과 같이 말입니다. 우리가 그처럼 아름답다라는 말을 쓸 때 그것은 고귀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함께하는 세상을 지향하는 것만큼 아름다운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한국일보 점자신문에 아름답다는 말을 붙여 봅니다.

아름다운 점자신문.

한국일보의 점자신문은 아름답습니다. 모두가 짐작하는 대로 시각 장애인은 일반 신문은 볼수 없습니다. 시각장애우가 정보를 접하는 방법은 점자와 녹음테이프뿐입니다. 날마다 발행하는 신문을 테이프에 담는 일은 비용이 문제가 되어 시각장애우의 신문의 모든 정보를 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점자는 기술적인 문제가 필요했지만 그동안 개발되지 못했습니다. 사실 우리 나라의 주요 일간지는 기술이나 비용 때문에 그런 시도를 못한 것이 아닙니다. 시각장애우를 배려하면서까지 신문을 만들 이유가 없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한국일보가 이번에 그 일을 해냈습니다.

점자신문은 아직 담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미미할 지는 모르지만 그 역할은 엄청난 것입니다. 우선 시각장애우에게 신문이 담고 있는 정보를 줄 것입니다. 요즘은 정보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정보를 권력이라고 까지 말합니다. 몇몇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고급정보가 권력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정보를 얻는 것은 권리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시각장애우는 그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일보 점자신문은 시각장애우와 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아름다운 신문입니다. 소외계층의 권리를 존중하는 고귀한 신문입니다.

한국일보의 점자신문이 해내는 더 큰 역할이 있습니다. 점자신문을 대하게 된 한국일보의 모든 독자들은 신문을 보는 ㅅ람 중에 시각장애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시각장애우가 점자라는 방법을 통해서만 신문을 볼 수 있ㄷ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모든 인쇄물에 자가 안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 신문의 사설은 이기적인 세태를 한탄하며 함께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자고 호소하는 글을 자주 올립니다. 그것이 보는 이의 심금을 울릴 때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그 사람의 행동까지 바꾸지는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일보의 점자신문은 아름다운 모든 것들이 그 자체로 보는 이에게 감명을 주듯이 신문자체로 보는 이에게 일개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점자가 함게 있는 신문을 보며 독자는 시각장애우가 신문을 손으로 읽어 내려가는 소중한 순간을 상상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사람에겐 일상적인 그 일이 시각장애우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또한 한국일보 점자신문은 일반신문 모두에 점자가 병행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함께 점자신문을 만들어 보자는 아름다운 몸짓을 보여줍니다. 그 아름다운 몸짓에 우리나라의 모든 인쇄매체가 함께 어깨짓을 할 날을 기대해 봅시다.

점자신문으로 함께사는 세상을 보여준 한국일보에 감사드립니다.

/이성재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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