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맥칼리스터·뉴질랜드 대사관 서기관나는 이번 설연휴를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의 하나인 속리산 국립공원에서 보냈다. 이번 여행에서는 단 한가지 어려움이 있었는데 바로, 가는 길의 교통체증이었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기 위해 서울을 빠져나오는데만 3시간 이상이 걸려 막히면 다시 서울로 돌아올 요량으로 국도로 가기로 했다.
막상 고속도로를 벗어나자 놀랍게도 국도에는 거의 차가 없었다. 물론 한국인들이 끔찍한 교통지옥 속에 앉아있는 것을 좋아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때 한국인들은 군중에 둘러싸여 있는 일에 너무 익숙해 사람들과 다른 길로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일전에도 한국친구들과 등산을 하다가 비슷한 경험을 했었다. 산에 오를 때 나는 한적한 길로 가고 싶었지만 한국친구들은 사람들이 없는 길은 길을 잃을 수도 있다며 꺼려하는 것이었다.
내 조국인 뉴질랜드는 남태평양 가운데에 홀로 떨어져 있는 나라로 인구는 한국의 부산정도지만 그 면적은 한반도보다 약간 크다. 큰 도시를 제외하고 사람들은 나라 전체에 골고루 흩어져 살고 있다. 따라서「고립」은 뉴질랜드 예술과 문화에서 반복되는 주제로, 약간 어둡고 내성적으로 부각되기도 한다.
「피아노」라는 영화가 아주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어쨌든 뉴질랜드는 이로인해 다양하고 생생한 문화가 생겨났고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변화가 활발하다는 이론의 좋은 예가 되기도 한다.
내가 겪어보니 한국인들은 동일한 문화에 대한 강한 귀속의식을 가지고 있고 그 문화로 생겨난 안정성에 집착한다. 또한 강한 단결의식과 목표의식으로 성취한 업적에 대해 힘을 쏟는다.
물론「한강의 기적」이라는 놀랄만한 경제성장도 이를 통해 얻어진 것일 터이다. 하지만 만일 한국인들도 고립과 동떨어지는 것에 익숙해질 수 있다면 그 문화는 좀더 다양하고 활기차지지 않을까. 지난 설연휴, 한적한 한국의 국도에서 느낀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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