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곳곳에 월남전에서 희생된 민간인 위령탑이 서 있는 사실은 너무 큰 충격이었다. 며칠전 KBS 심층보도 프로그램 「베트남 위령탑의 진실」을 보면서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으며, 가해자가 한국군이라는 사실을 전쟁이 끝난지 4반세기가 넘도록 왜 모르고 있었던가 하는 충격으로 몸이 떨렸다. 주월 한국군이 좀 심했다는 것은 참전자들 입을 통해, 혹은 소설을 읽고 짐작했던 일이지만 민간인 피살자가 5,000명이나 되다니….■민간인들이 떼죽음을 당한 마을에는 어김없이 위령탑이 있다. 빈딘성 후에성 푸옌성 칸호아성 등 한국군 주둔지역에 있는 탑에는 수백명 수십명의 희생자 이름과 함께 한국군의 만행이라 새겨져 있다. 박영한의 소설 「머나먼 쏭바강」의 무대로 유명한 푸옌성 투이호아에 있는 것은 「증오탑」으로 불리고 있다. 칸호아성 닌호아현 전통문화회관은 한국군에게 자녀가 3명 이상 피살된 사람의 사진을 빽빽이 걸어놓고 「영웅」으로 떠받들고 있다.
■이 사실은 베트남 교민 구수정(34)씨가 지난해 5월 베트남 전범조사위의 한국군 만행기록을 근거로 작성한 고발기사를 시사주간지
이 보도해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아, 몸서리쳐지는 한국군」 이란 이 기사를 계기로 한겨레는 피살자 가족돕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지난달 11일 로이터통신의 보도로 국제적 관심사가 된 가운데,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등 9개 민간단체가 진상규명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활동을 시작해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한가지 궁금한 것이 있어요. 한국군은 왜 어린이와 노약자들까지 베트콩으로 몰아 다 죽였는지요. 가해자들은 분명히 후회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용서합니다』 학살현장에서 기적처럼 살아남은 한 여교사가 카메라 앞에서 한 말이다. 이에 대해 가해자들은 『불가피했다』고만 말하고 있다. 그래도 베트남 정부는 말이 없지만, 민간에서는 와서 보라고 말한다. 이제는 우리 정부가 말할 차례다. 이 문제에 대한 사죄 없이 노근리 문제를 말할 자격이 우리에게 있을까.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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