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산학협동 연구조합이 특허 신청중인 유전자를 포함, 2,200개의 인간 유전자 정보를 한꺼번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13일 보도했다.인간 유전자 정보의 특허를 둘러싼 국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극히 이례적인 이번 조치는 일본측이 미공개 상태를 지속할 경우 같은 유전자를 발견한 구미기업이 특허를 취득할 가능성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공개를 결정한 연구조합은 1981년 도쿄(東京)대학 의학연구소, 통산성 산하 「헬릭스연구소」 등 3개 연구기관과 12개 제약회사가 참여해 설립한 「바이오테크놀로지 개발기술 연구조합」으로서 유전공학의 산업 응용을 목표로 인간 유전자를 채취, 의약품 개발 등으로 이어가는 응용연구에 매달려 왔다.
연구조합은 유전자 정보를 읽어 들이는 해독 수법과 달리 세포 속에서 실제로 움직이는 상태의 유전자를 통째로 추출하는 「올리고캡」 기법을 써 왔다. 최종적으로는 3만개의 유전자를 추출, 특허를 신청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채취한 유전자 가운데는 유용한 기능을 밝히지 못해 「신규성」「유용성」「진보성」 등 특허 인정의 3조건을 충족할 수 없는 것도 많았다. 따라 서 당장 특허 취득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약 2,200개의 유전자 정보를 23일 국립유전학 연구소의 국제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같은 조치는 유전자 특허를 둘러싼 경쟁을 새로운 국면으로 몰고 갈 가능성도 있다. 공개를 서두는 측과 정보 독점을 노리는 측의 발걸음이 한결 빨라질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인간 유전자 정보를 인류의 공동 자산으로 삼기 위해 공동으로 인간 유전자 정보의 전체상을 해독하는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23쌍의 인간 염색체 가운데 처음으로 22번 염색체의 유전자 정보를 완전히 해독했고 이달중 21번 염색체의 해독도 완료할 계획이다.
그러나 유전자 정보의 상업적 이용을 노리는 구미 벤처기업이 예상 이상의 빠른 속도로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추격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셀렐라 제노믹스와 인사이트 파머시티컬은 각각 인간 유전자 정보의 97·95%를 해독했다고 발표해 충격과 우려를 던졌다.
민간기업이 유전자 정보 특허권을 가질 경우 이에 바탕한 치료법·치료약 개발은 특허 이용료를 내야 된다는 점에서 인류 전체의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각국은 「해독 결과에 바탕한 의료 등의 응용기술에 대해서는 지적소유권이나 특허를 인정할 수 있지만 단순한 유전자 정보나 유전자 단편에는 특허를 인정할 수 없다」는 합의를 굳혀가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벤처기업의 특허 신청은 이미 수만건을 넘었고 이중 지난해말까지 유전자 단편을 포함한 466건의 특허가 성립, 각국의 노력을 비웃고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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