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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할수록 영혼은 피폐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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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할수록 영혼은 피폐해지고…

입력
2000.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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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작가 김현영(27·사진)씨가 첫 소설집 「냉장고」(문학동네 발행)를 묶어냈다. 김씨는 3년 전 등단한 뒤 신세대의 감각을 그대로 녹여내는 작품들을 잇달아 발표하며 주목받아온 작가.그의 소설을 나타내는 키워드를 하나만 들라면 그것은 「욕망」이다. 그의 주인공들은 늘 어디론가로 떠나려 하고 무엇인가가 되고 싶어 한다. 그의 주인공들에게는 「집」이라는 안식처가 존재하지 않는다. 가족으로부터 사랑받고 보호받지 못하고 정신적 상처와 결핍을 경험하는 이들은 다시 외부적인 소비문화의 무한히 증폭되는 욕망구조에 휘말려 좌절한다.

『나는 냉장고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냉장고 속은 의외로 따뜻해서 비에 젖은 몸에 금세 온기가 퍼지는 것 같았다. 나는 태아처럼 몸을 구부렸다. 그리고 또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U2였다』

아버지들의 욕망에 이벤트에 참여하지 못하고 냉장고에 음식을 잔뜩 쟁여놓고도 굶어죽고 마는 어머니의 딸은 표제작 「냉장고」 마지막 부분에서 스스로 냉장고로 들어가 문을 닫는다. 노트북으로 대변되는 글쓰기의 욕망과 섹스의 두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남자, 그 남자의 욕망에 세계에 한번도 초대되어 본 적이 없는 여자는 그의 글의 주인공 노릇을 함으로써 스스로 그 욕망의 노예가 된다(「아이콘이 있으세요」).

김씨는 자신의 한 소설 제목처럼 「팝콘보다 가벼운」, 실현되지 않는 청춘들의 욕망과 그 추구의 슬픔을 오히려 경쾌하고도 발랄한 문장과 이미지로 선명하게 불러낸다. 영화 「터미네이터 2」에 나온 몰핑기법에 비유해 『소설 쓰기는 내 인생의 몰핑 기법』이라고 말한 김씨는 『그 짜릿한 특수효과처럼 변신하고 변신하면 내 영혼도 업그레이드될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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