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직업 외교관은 약 900명이고 이들중 해외공관에 근무하는 사람은 750명쯤이다. 요즘 외교통상부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이장춘대사의 기고에 의하면 일본보다 많은 외교관 숫자다. 그런데 이들 외교관 인력의 10%이상이 미국에 몰려있다. 워싱턴대사관에서 하와이 총영사관에 이르기까지 15개의 공관이 미국을 동사무소같이 뒤덮고 있다. 세상에 이렇게 총영사관을 미국에 많이 둔 나라가 또 있는지 모르겠다.■워싱턴과 유엔본부가 외교관들에겐 꿈의 무대이다. 그래서 거의 모든 외교관들이 이곳을 노리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그러나 워싱턴이나 유엔이 아니더라도 외교관들은 차선(次善)의 근무처로 미국내 총영사관을 놓고 경쟁이 붙는다. 은퇴한 한 원로외교관이 솔직히 털어놓으며 걱정했던 내용이다. 영사관이 하는 일의 대부분이 교민관련 업무들인데도 외교관들의 마음이 미국을 향해 있다면 문제이다.
■이장춘 대사의 기고는 특수분야라는 보호막속에 있던 외교부의 내면을 밖으로 내비치는 계기가 되었다. 과문(寡聞)한 문외한의 입장에서도 외교통상부의 고질적 문제가 아프게 지적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외적으로는 외교의 틀에서, 내부적으로는 조직과 인사문제에 이르기까지 정권적 편의와 집단이기주의의 편린을 간파할 수 있다.
■자극은 요동을 일으키지만, 그 요동은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계기가 된다. 김대중정부가 들어서서 개혁을 외치며 여기저기 손을 댔지만 아직도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고 과거에 안주하려는 조직관성이 정부조직안에 만연해 있다. 외교부도 이제 국민의 시선속에 조직개혁과 정신무장을 새로 할 때가 되었다. 21세기의 한국외교의 방향과 외교관의 정신자세가 재정립될 시점에 서 있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김수종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