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에 대한 검찰의 체포작전은 한달 전부터 철저한 보안속에 치밀한 준비를 거쳐 기습적으로 이뤄졌으나 결과는 지휘부의 전격 경질까지 초래하는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검찰은 9건의 고소·고발사건에 연루된 정의원을 조사하기 위해 지난달 중순까지 무려 24차례나 정의원측에 소환통보를 했으나 묵살당하자 체포방침을 세우고 그동안 정치권의 흐름을 예의주시해 왔다. 검찰로서는 한나라당이 정의원을 보호하기 위해 「방탄국회」를 계속 여는 상황에서 자진출두 요구는 더 이상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
이 때부터 검찰 내부에서 미묘한 기류가 감지됐다. 검찰 관계자들은 『정의원 한사람 때문에 숱한 관련사건들을 종결짓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불체포특권을내세워 법질서를 우롱해도 되느냐』는 등 정의원을 노골적으로 성토했다. 일각에서는 실제로 『설 연휴 직후 정치권 인사에 대한 모종의 「작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돌았다.
검찰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은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임시국회의를 전후로 두드러졌다. 정의원 관련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1·2차장검사가 숙의하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수사팀은 이번 주초 임시국회 폐회(9일) 직후인 11일 「결행」키로 확정, 임휘윤(任彙潤)서울지검장에게 보고했고, 임지검장은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의 최종승락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게자는 『총선 출마자달의 공직사퇴시한인 13일 이후 작전을 할 경우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시기를 앞당겼다』고 말했다. 작전 사령탑은 정병욱(丁炳旭)전 공안1부장이 맡고, 수사관 동원 등 실무는 임성덕(林成德)공안1부 부부장에게 맡겨졌다.
문제는 작전이 검찰총장 윗선으로까지 보고됐는 지 여부. 사안의 중요성에 따른 관행으로 볼때 당연히 청와대까지도 보고됐으리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나청와대나 검찰 모두 이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내부에서는 전혀 의외의 얘기도 나오고 있다. 11일 밤 특수1부 기소중지자 검거반소속 수사관 4명을 정의원의 자택에 보낸 것은 단순히 정의원의 근황을 탐문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정의원을 정말 긴급체포하려 했다면 4명만 투입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즉 당초 D-데이가 아닌 상황에서 수사관들이 우연히 귀가하는 정의원을 발견하고 연행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임지검장과 임승관(林承寬)전1차장 등이 이날 밤 외부모임에 참석한 것도 연막전술이 아니라 실제로 체포계획이 잡혀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설명은 수사관들이 긴급체포서를 소지하고 있었던 점과, 현장 투입전 철저한 교육을 시켰다는 임승관(林承寬)전1차장의 설명에 비추어볼 때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박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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