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 "야 부정이미지 제고 대대적 여론몰이 전략"한나라당은 검찰의 정형근(鄭亨根)의원 체포 시도를 단순한 피고소인 검거차원이 아닌 여권의 총선전략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발생직후 「여권의 자충수」라며 흥분하던 당 분위기도 12일 시간이 지나면서 『여권의 노림수와 정의원 체포이후 시나리오가 무엇이냐』는 쪽으로 바뀌었다.
당 공식 분석은 『여권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3남인 홍걸(弘傑)씨의 미국내 호화주택 거주의혹 등 우리 당의 잇단 공세 배후로 정의원을 지목, 파문수습 및 추가 폭로를 막기 위해 체포를 시도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회창(李會昌)총재 측근들은 이보다는 치밀한 표계산을 거친 뒤 나온 총선시나리오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측근은 『정의원 체포가 부를 야당탄압시비, 영남 정서악화 등 정치적 부담을 모를리 없는 여권이 전격 체포를 시도한 것은 이를 상쇄할 대안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를 「영남권 포기·수도권 및 여론 껴안기 전략」으로 설명했다.
영남권의 지역감정악화, 한나라당의 장외집회 등에 한나라당의 공천후유증까지 보태 『구시대 공작정치인 보호를 위한 당리당략적 행태 및 구태의연한 정치행태 』로 몰아붙이는 대대적인 여론몰이를 통해 한나라당의 부정적 이미지를 극대화한다는 내용. 이에 반해 여권은 호남물갈이, 386세대 등 수도권내 정치신인대거 공천, 김대통령 주도의 정치개혁선언 등 그럴듯하게 포장한 포지티브전략으로 비교우위를 확보한다는 것.
이는 총선에서 옷로비의혹 등 여권의 자책을 쟁점에서 제외하는 부수적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영남권 정서가 나빠져 불확실한 1~3석을 놓치더라도 이같은 양동작전을 제대로만 펴면 수도권에서 훨씬 많은 의석을 챙길 수 있는 카드라는 계산아래 청와대가 정의원 검거를 사실상 지시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당일각에서는 정의원 사법처리로 입을 여권의 손실은 쉽게 드러나는데 비해 여권이 기대하는 프리미엄은 여전히 「가상」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우리가 알지못할 거대한 음모가 꾸며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없지않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 자민련 "둘 다 잘못" 불구경
자민련은 12일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에 대한 검찰의 체포시도와 한나라당의 임시국회 소집 요구에 대해 양비론을 폈다. 민주당과 차별화를 시도하면서도 한나라당과 거리를 둠으써 제3의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뜻이다.
총선기획단(단장 김학원·金學元)은 이날 이례적으로 논평을 내고 『총선을 2개월 앞둔 시점에서 검찰이 심야에 갑자기 정의원에 대한 긴급 체포를 시도한 것은 이번 총선을 여야간의 극한 대립 상황으로 몰고감으로써 국민의 공명선거 여망을 저버릴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총선기획단은 이어 『한나라당의 임시국회 소집 요구는 자칫 정의원 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또 한번의 방탄국회라는 국민적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영(李美瑛)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의원에 대한 검찰의 강제구인 시도는 선거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야당탄압의 오해를 자초해 지헤롭지 못했다』며 『정의원은 검찰에 자진 출두해 조사에 응함으로써 결자해지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긍규(李肯珪)총무도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 다급히 임시국회를 소집, 방탄국회란 비판을 들을 필요가 없다』며 임시국회 소집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 민주당 "총선 지역대결구도 수도권 번질까 우려"
민주당은 12일 고위당직자 회의등을 통해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에 대한 검찰의 체포시도는 「정당한 법집행」임을 거듭 강조한뒤 정의원의 검찰 출두를 강력 촉구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임시국회 소집요구를 방탄국회라며 일축했으나 이번 사태가 총선정국에 미칠 파장에 대해선 내심 우려했다.
이날 회의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검찰의 정세및 시기판단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들은 총선에서 영남지역 뿐 아니라 수도권에서 지역대결 구도, 즉 호남대 비호남 구도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회의에서는 서영훈(徐英勳)대표까지 직접 나서 『정의원은 벌써 검찰에 나가 조사를 받았어야 할 사람인 만큼 선거가 더 가까워지기 전에 당당히 검찰 조사에 응해야 한다』고 전제, 『정의원은 어젯밤에도 검찰 수사관들에게 몇번씩 거짓말을 했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도 『정의원은 검찰이 「이근안(李根安)경감 고문」사건의 배후로 지목하고 있는 인권탄압의 주범』이라면서 『의원이라도 치외법권을 누릴 수는 없으며 범법피의자를 보호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즉각 정의원을 검찰에 출두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회의가 끝난뒤 브리핑을 통해 『검찰은 23차례에 걸쳐 소환장을 보냈으나 정당한 법절차는 정의원 앞에서 철저히 무력화됐다』면서 『정의원은 즉각 검찰에 출두해야 하며 방탄국회에 응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못박았다.
이같은 원칙론속에서도 정동채(鄭東采)대표비서실장은 『검찰이 법집행의 의지를 보여준 정도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사태확산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핵심당직자는 『영남뿐아니라 수도권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일단 칼을 뺐으면 끝까지 하든가 아니면 말았어야 했다』며 볼멘 소리를 했다.「검찰이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방해만 한다」는 얘기였다.
민주당은 공천작업의 와중에서도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 민심의 추이를 살피는 한편 한나라당의 장외공세등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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