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은 언제라도 통치권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할 수 있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우리처럼 대통령 중심제 하에서는 대통령이 국정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언제라도 각료들을 경질할 수 있다.하지만 「언제라도…」 하는 의미 속에는 「국정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라는 단서가 붙는다. 「2·12 일부 개각」이 이 조건에 부합하는가는 논란이 많을 줄 안다.
정보통신부장관과 노동부장관을 경질하는 일부 개각이 12일 단행됐다. 지난 1월13일 재정경제, 외교통상, 행정자치 등 9개 핵심부처의 장관이 경질된 후 불과 한달만이다.
우리는 「1·13개각」이 김대중정부의 16대 총선채비를 끝마친 마지막 개각으로 알고 있었다. 정부도 당시 총선 때까지는 더이상 개각요인이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천명한 바 있다.
그런데 「1·13개각」이 있은 지 불과 한달만에 다시 2개 부처에 대한 개각을 단행했다. 과연 이번 개각이 국정의 효율적 운영과는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권은 이번 개각을 총선에서 한 석이라도 더 얻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듯 하다. 물러난 두 장관의 출신 지역에서의 득표력이 한 석이 아쉬운 여권에는 다른 선택을 용납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이유만으로 이번 개각이 양해될 수는 없는 일이다.
여권의 「무엇이든 표가 될만 하면…」 하는 식의 사고는 선거국면을 불필요하게 과열시킬 가능성이 있다. 가뜩이나 지금 총선정국은 이미 과열국면을 나타내고 있다.
아직 각당이 후보자 공천작업도 끝내지 못한 상황임에도 정파간 대립은 날이 서 있다. 특히 여권이 과열을 부추기는 측면은 없는지 자성해야 한다. 한 석에 대한 미련때문에 개각도 수시로 할 수 있다는 식의 생각은 잘못이다. 의석수 확보가 국정의 전부일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이 시점에서 정부가 가져야 할 최우선적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이번 총선을 돈 안들이는 깨끗한 선거로 치를 수 있는가 하는데 두어야 한다. 김수환추기경도 이미 당부한 바와 같이 집권당이 과반의석에 집착하는 것보다는 공정선거를 성취하는 목표를 먼저 겨냥해야 한다. 지금은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 과열현상이 몰고 올 후유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는 지난번 정치개혁법안 처리를 싸고 공동여당의 공조가 깨진 상황이나, 또한 등 돌린 채 각개약진하게 된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럴수록 여권은 깨끗한 선거를 통해 도덕적 우위를 갖는 일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이런 위기도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우리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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