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출범한 북아일랜드 자치체제가 출범 2개월여만에 붕괴됐다.영국정부는 11일 아일랜드공화군(IRA) 무기반납 거부사태로 야기된 연정붕괴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북아일랜드 연립정부의 자치권을 박탈, 직접통치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북아일랜드는 74년부터 자치체제가 출범한 지난해 12월까지 25년간 영국의 직할통치를 받아왔다.
피터 맨델슨 북아일랜드 담당장관은 이날 『사태를 방관할 경우 북아일랜드 자치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붕괴될 것』 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영국정부의 북아일랜드 직접통치 재개는 자치권을 박탈함으로써 북아일랜드 연정의 신교도파인 얼스터연합당(UUP) 인사들의 각료직 사임 등으로 인한 연정붕괴를 막아보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아일랜드 자치체제를 주도하고 있는 UUP는 IRA가 무기반납을 거부할 경우 각료직을 사퇴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평화협정 체결에서 자치권 박탈까지 400여년간에 걸친 신·구교도간 「피의 역사」를 청산한 1998년 4월10일의 이른바 「굿 프라이데이 협정」이후 신·구교를 대표하는 UPP와 IRA의 정치조직인 신페인당은 지난해 12월 각료인선까지 비교적 순조롭게 자치정부 수립을 위한 협상을 도출해왔다.
평화협정의 요지는 선거를 통해 행정·입법권을 행사하는 의회(정원 108명) 구성 북아일랜드-아일랜드간 각료회의 구성 아일랜드-영국간 간 회의기구 구성 헌법개정 협정당사자들의 무장해제 등. 특히 핵심이었던 무기반납에 대해 IRA가 전향적인 자세를 보임으로써 자치협상은 급진전의 물꼬를 텄다. 1998년 6월25일 실시된 의회선거에서 UUP가 의회내 제1당(28석)으로 부상하자 자치의회는 UUP 당수이자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트림블을 자치정부 총리로, 구교측 사회민주노동당(SDLP·24석)의 시머스 맬런 당수를 부총리로 임명했다.
문제는 각료인선과정에서 발생했다. 트림블 총리가 신페인당이 IRA의 정치조직이라는 점을 들어 IRA의 무장해제가 시작되지 않는 한 신페인당의 내각참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우여곡절끝에 지난해 11월 17일 신페인당이 새로 구성되는 정부의 각료 두자리를 보장받는 조건으로 IRA의 무장해제를 서두르기로 약속함으로써 자치정부 수립을 위한 최대 걸림돌은 해소됐다. 같은해 11월 29일 영국·아일랜드 정부 및 북아일랜드 8개 정파 대표들은 이미 확정된 총리, 부총리 외에 약속대로 신페인당 출신 인사 2명(교육장관, 보건사회장관)을 포함한 10개 부서의 각료를 발표했고, 12월 1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하원에서 통치권 북아일랜드 이양법안을 공식 재가함으로써 1일 자정 역사적인 자치정부는 출범했다.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 자치권 박탈 직후 제리 애덤스 신페인당 당수와 IRA는 『영국과 북아일랜드 정부에 중대한 협상안을 제시했으며, 무기사용을 자제하겠다』 는 논평을 냈다. 또 북아일랜드의 무장해제를 감시하는 국제무기감시특별위원회도 보고서를 통해 『무기반납 거부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평화협정에 적힌 무장해제 「만기일」은 2000년 5월. 마지막 남은 3개월동안 어떤 타협안이 도출될 수 있을지, 공은 다시 IRA로 넘어갔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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