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장면 나올까 걱정돼요"
2000/02/11(금) 21:58
드라마 첫 출연… 귀순탤런트 신영희
1995년 12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김포공항을 빠져 나온 신영희(39)씨. 북한 대성경제연합회사 영국지사장이었던 남편 최세웅(39·현재 냉면집 운영)씨와 두 자녀 등 일가족과 함께 남한으로 귀순한 북한 만수대 예술단 무용수 출신이다.
4년 간의 남한 적응기를 거친 그녀가 이제 브라운관에 화려한 외출을 시도하며 또 관심을 끌고 있다. SBS가 28일부터 「첼로」 후속으로 방송하는 새 일일 아침드라마 「착한 남자」에 조연이지만 탤런트로 데뷔한다. 북한에서 이루지 못한 연기의 꿈을 남한에서 이루게 된 것이다.
『1996년 서울시립가무단 뮤지컬 「시집 가는날」에 출연한 적이 있지만 드라마는 처음이에요. 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적이 있는 김영섭 PD의 권유로 연기를 하게됐어요』 물론 「귀순자」라는 상품성도 작용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홍익대 인근과 SBS 탄현스튜디오에서 1회분 녹화를 마쳤다. 그녀는 이번 드라마에서 카페 주인인 이혼녀 육원자 역을 맡았다.
아직도 북한 어투가 많이 남아 있다. 극본에 나온 「M.T」라는 단어 등을 이 해 못해 애를 먹었다. 남녀의 진한 장면 등이 나올까봐도 걱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연기라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의욕만은 대단하다. 『지난해 말부터 연극 배우에게 연기를 배우고 있어요. 대사처리 표정연기 등 기초부터 배우고 있고 드라마를 많이 보고 있죠』
최근 방송사들의 남북한 대중문화 합동공연으로 화제가 옮겨지자 『출연했던 북한 박순복이 함께 춤을 추었던 친구인데, 문화교류가 통일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기를 바랍니다』고 말했다. 잠시 북한의 부모 생각으로 눈시울이 붉어진다. 여기에 한마디 덧붙인다. 『북한 귀순자를 이방인 취급하는 사회 시각이 개선되고 귀순자도 언론 매체에서 북한의 실상을 정확히 말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체제를 달리하는 남·북한에서 연예인을 좋아하는 것은 공통적인 현상이라는 신영희는 KBS 대하사극 「왕과 비」의 채시라 같은 스타가 되고 싶다고 한다.사회주의 체제에서 30대 초반까지 살아온 그녀가 정글의 법칙이 엄존하며 치열한 생존게임을 벌이는 연예계에서 연기자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또 그녀의 유명세를 보고 캐스팅한 방송사가 과연 그녀를 배우로 키워낼 수 있을지.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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