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에 대한 검찰의 긴급체포 시도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심야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정의원은 이날 오후 10시10분께 시내 모처에서의 모임을 마친 뒤 서초동 자택에 도착했다. 정의원은 집앞에 승용차를 대기하고 기다리던 검찰 수사관들과 마딱뜨리자 팔을 뿌리치며 황급히 집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뒤따라 들어온 수사관들이 연행하려 하자 정의원은 『잠깐만 기다려 달라. 도망가지 않는다. 영장을 찬찬히 훑어봐야겠다. 어디 연락할 데가 있다』며 안방으로 들어갔다. 검찰 수사관 2명도 뒤따라 들어갔다.
당시 정의원 집에는 두 딸과 장모 등 3명이 있었다. 정의원 부인은 부산에 가고 집에 없었다.
정의원은 안방문을 걸어 잠근채 검찰의 체포 시도에 완강히 거부했다. 긴급연락을 받은 한나라당 의원과 관계자들이 가세, 실랑이가 2시간이상 계속됐다. 검찰은 이날 수사관 4명과 경찰 7명등과 함께 정의원 체포에 나섰다.
안방으로 들어간 정의원은 전화를 통해 당 지도부와 보도진에게 연락을 취했다. 정의원은 수사관이 『빨리 가시죠』라고 하자 안방문을 잠가 버렸다. 수사관들은 강제로 문을 열려고 했고, 대문 밖에 기다리고 있던 다른 수사관 2명이 거실로 다시 들이닥쳤다.
곧바로 정의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보좌진과 동생 2명이 도착했다. 보좌진 등은 강제연행하려는 수사관과 다소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책장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친 채 수사관들의 접근을 차단하려 했다.
검찰은 사태가 심상찮다고 판단한 듯 외부로 전화를 걸어 열쇠공을 불러 강제연행을 강행하는 듯 했다. 그러는 사이 오후 11시22분께 같은 당 소속 이신범(李信範)의원이 도착했다. 이의원은 수사관들에게 『현역 국회의원을 이런 식으로 연행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항의했다. 이의원은 이어 수사관에게 『영장을 보여달라』고 했고, 수사관들은 체포영장을 제시했다.
영장에는 언론대책 문건과 「빨치산 사건」「서경원 밀입북사건」등과 관련한 명예훼손죄가 명시돼 있었다.
오후 11시35분께 정의원으로부터 「SOS」를 받은 하순봉(河舜鳳) 사무총장과 이경재(李敬在)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속속 도착했다. 특히 하총장은 검찰 직원에게 『차라리 나를 잡아가라』며 목청을 높인 뒤 정의원이 있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하총장 등은 안방으로 들어가기 전 수사관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안방에서 나온 정의원은 보좌관은 『의원님께서 「소환에 당당하게 응하겠다. 취재진은 소환되기를 기다리고 있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오후 11시40분께 홍준표(洪準杓·변호사)전의원이 가세했다. 검사출신의 홍의원은 수사관에게 『상식적으로 일출전 일몰후 체포영장 집행에 대한 규제조항이 있는 것으로 안다. 영장을 검토해보고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소환에 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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