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교제를 한 「파렴치 어른」에게 처음으로 실형이 선고됐다. 이번 판결은 최근 성윤리의 급속한 붕괴현상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반사회적 성범죄에 대한 단죄의지를 분명히한 것이이서 주목된다.서울지법 형사4단독 길기봉(吉基鳳)부장판사는 11일 미성년 소녀들과 원조교제를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모(45·무직)씨에게 청소년보호법 위반죄를 적용, 징역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씨가 13-15세에 불과한 소녀 3명과 금품을 미끼로 여러차례 성관계를 맺은 것은 사회통념상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행위』라며 『만연한 원조교제 관행에 경종을 울린다는 차원에서라도 실형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정씨는 지난해 7월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공원에서 만난 강모(당시 13세)양 을 여의도 고수부지로 데리고 가 승용차 안에서 성관계를 갖고 대가로 5만원을 주는 등 11월말까지 6차례에 걸쳐 중학 중퇴생 등과 원조교제를 하다 검찰단속반에 적발돼 구속기소됐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선 대체로 「당연한 판결」이라는 반응이다. 원래 법조계에서는 『원조교제를 한 성인들이 일정한 직업을 갖고있는데다, 구속 등을 통해 이미 죄값을 치른 만큼 실형까지 선고하기는 어렵다』는 온건론이 다수였던 것이 사실. 실제로 지금까지 원조교제 사범들은 구속적부심이나 보석 등을 통해 풀려나거나 재판에서 벌금형과 집행유예 처분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원조교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이러한 「온정주의」가 원조교제를 오히려 방조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청소년보호위원회(위원장 강지원·姜智遠)는 『오는 7월1일부터는 미성년자와 원조교제를 한 사람에 대해선 5년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신상을 공개하도록하는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며 『법원이 이러한 취지에 맞춰 실형을 선고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용돈 몇푼에… 철없는 性
『한반 친구 50여명 중 20명정도가 원조교제 경험이 있어요. 누구를 만나 얼마를 벌었다는 등 아예 드러내 놓고 하는 친구들도 많죠』
「원조교제」를 하다 적발된 여고생 J(18·서울I고 3년)양과 친구 Y(18·서울K고 중퇴)양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경찰서 형사계에서 태연히 내뱉은 진술이다. 이들은 심지어 『약속이 겹치거나 바쁠 땐 친구에게 남자를 넘기기도 한다』고 말해 주위를 아연케 했다.
지난해 11월 중순 Y양은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곧바로 서울 강남의 한 전화방을 찾았다고 했다. 여기서 30대 회사원을 만난 Y양은 자연스럽게 원조교제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둘은 만나자마자 여관으로 직행, 성관계를 가졌고 Y양은 그 대가로 1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친구들과 돌아다니며 화장품을 사고 군것질을 하다보니 처음엔 많게 보였던 10만원도 금세 사라졌다. 용돈이 궁해지자 Y양은 전화방에 먼저 전화해 「아저씨」들을 찾았다. Y양은 『돈을 벌 수 있다면 무슨 상관이냐는 생각이 들어 아무 스스럼없이 어른들과 여관을 드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Y양은 『물론 우리도 잘못했지만 우리와 성관계를 원하는 아저씨들이 없다면 이런 식으로 돈을 벌지는 않았을 것 아니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서초경찰서는 이날 Y양 등에게 돈을 주고 성관계를 가진 정모(34·자영업)씨를 청소년보호법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하모(39·회사원)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김기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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