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산망이 잘 갖춰진 반면 이 망에 대한 보안관리는 극도로 허술해 국제 해커들의 주요 공격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외국 해커들이 국내를 거쳐 제3국의 전산망을 해킹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나 전산망 관리자들이 피해국의 협조 요청에 제대로 응하지 않아 국제적인 망신까지 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11일 한국정보보호센터에 따르면 올 1월 국내에서 발생한 해킹사고는 총 108건으로, 이중 외국에서 침입한 사례는 44건(40.7%). 특히 외국 해커들이 국내 전산망을 거쳐 제3국을 해킹한 경우가 무려 33건에 달했다. 지난해에도 총 해킹사고 572건 가운데 274건이 외국 해커의 공격에 의한 것이었고, 이중 183건이 「경유지」로 활용된 사례였다.
이와관련, 미국의 정보보안 관련 인터넷 사이트 「테크놀로지이밸류에이션」(www.technologyevaluation.com)은 이달 4일자 보도에서 『최근 2주간 미국에서 발생한 해킹사고의 상당수가 한국의 네트워크를 통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해킹에 취약한 한국의 네트워크 현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외국 해커들의 한국 공격이 급증한 것은 초고속 인터넷망 등 네트워크 환경이 좋아 해킹의 필수요건인 「신속한 움직임」이 가능한데다, 보안 관리는 매우 허술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선진국의 인터넷 접속 서비스 업체(ISP)들이 보안 전문조직을 갖추고 해킹 등에 대비하고 있는 반면, 국내 ISP들의 상당수는 전문 인력조차 배치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해킹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국내 ISP들은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사후조치 요청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아 원성을 사고 있다. 최근 미국내 한 보안전문가들의 뉴스그룹 게시판에는 『해커들이 한국의 전산망을 거쳐 미국 인터넷사이트를 공격하고 있다는 사실을 해당 ISP 담당자들에게 알려도 아무런 응답이 없다』는 비난이 늘고 있다. 미 국무부 관계자도 『한국의 한 전산망은 사용자 ID를 관리하는 책임자의 ID가 노출돼있는 등 보안시스템이 부실해 한국을 경유한 사이트 공격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에는 한 해커가 한국통신의 인터넷망 「코넷」의 한 ID를 사용, 해킹관련 뉴스그룹들에 『해킹을 도와줄테니 2만달러를 달라』는 글을 연속적으로 띄워 「한국 불신」을 부채질하고 있다. 한국통신의 확인 결과 이 ID의 실제 소유자는 국내 40대 남성으로, PC통신에서 해킹 프로그램인 「백오피리스」를 다운로드받았다가 해커들로부터 ID를 도용당해 이 ID로 해킹당한 국내외 ISP들로부터 수차례 항의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정보보호센터 관계자는 『국내 ISP들이 사업 확장에만 열을 올릴뿐, 보안 관리를 등한시하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보안시스템 구축을 의무화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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